새해 새날이 밝았다.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지난해는 이제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정권 교체를 이룩한 2017년은 한국정치사에서 오래도록 잊혀지지않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 나라 지성을 대표하는 교수들이 교수신문에서 지난해를 `파사현정(破邪顯正)`의 해로 규정했다. 사악한 정치를 물리치고 정의를 바로세운 해라는 의미일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사악한 정치`를 혁파하고 정의로운 정치를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광장의 촛불 민심은 이 나라 대권 정치, 패권 정치의 누적된 모순을 청산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남녀노소가 운집하고 심지어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들까지 참여한 연인원 1천700만의 민중은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것을 요구하였다. 대통령 주변의 국정농단 세력부터 과감히 청산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의 제왕적인 대통령은 임기응변적 책임회피로만 일관하다 사태를 결국 키워버렸다. 최고 권력자 주변에는 대통령의 그릇된 리더십을 직언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왕조시대에도 군주에게 목숨을 걸고 `전하, 그리하시면 아니 되옵니다`라고 읍소하는 충신은 있지 않았던가. 실패한 박근혜 정권의 권부에는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친박세력만 득세하였다. 나라를 바로세우겠다는 측근들의 충언과 결기가 사라진 곳에 `사악한 정치`가 판을 친 결과이다.
우리의 현대 정치사는 민중의 힘은 역사의 질곡에서 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에도 이 나라 정치는 최고 권력자의 오만한 통치는 주권자의 힘에 의해 교체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해방 후 여러 대통령의 수난사는 이를 잘 입증한다. 4·19 학생혁명과 이승만 정권의 퇴진, 1987 민중 항쟁과 군부 독재의 퇴진은 모두가 시대만 달리한 사악한 독재 권력에 대한 평가 결과이다. 지지난해 이미 교수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앞둔 시점에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시대의 상징어로 선정했다.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니 물의 힘으로 배를 띄우지만 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는다`는 사자성어를 점지했던 것이다. 역사는 지난해 이를 거역한 정권은 퇴진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2018년 새해에는 이러한 역사의 대의가 토대를 잡는 정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자도 일찍이 정치(政治)는 정의를 실천하는 정야(正也)로 보지 않았던가. 올해의 정치는 과거의 적폐인 사악한 정치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새해의 정치는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권력을 주권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의회의 기능부터 회복하는 대의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치적 파쟁만 일삼는 오늘의 의회정치는 불신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다. 새해에는 툭하면 문을 닫는 파행적 국회, 식물국회는 사라져야 한다. 지난해 성난 촛불 민심이 국회 앞마당을 며칠 간 점거 항의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정치를 청산하는 길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견제하는 의회 정치의 회복에 있다. 의회가 그 길을 택하지 않고 포기할 때 현정(顯正)의 정치는 자리 잡을 수 없다.
올해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해이다. 대권후보들이 공약한 개헌도 끝내고 지방선거도 치러야 한다.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중앙 권력은 지방으로 분권시키는 것이 시대적 대의이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 권력의 수평적 분산이라면 지방 자치는 중앙 권력의 지방에로의 수직적 분산 장치이다. 올 해는 이 두 가지의 역사적 과제를 동시에 치러야할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여야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협치(協治)의 진면목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나라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새해에는 정말 파사의 정치를 넘어 현정의 정치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