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라우갤러리(관장 송휘)가 오는 11월 30일까지 열고 있는 이기성 초대전에서는 이기성 작가의 최근작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Within Being`등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정형화된 회화적 프로세스에 의문을 던지고, 회화적 기법의 변화를 시도한 이기성 작가의 작업은 자아 존재 찾기로 집약된다. 현실 상황의 무의식적 반영과 우연성, 가변성의 프로세스를 주된 기법으로 함으로써 몽환적 내면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일상의 소재를 일탈의 방법으로 다루는 실험 정신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철가루를 입혀 철판처럼 만든 패널 위에 철가루를 흩뿌린 뒤 패널 뒷면에 자석을 대고 철가루를 움직여 만들어진 형상을 고정시킨다. 여기에 한 가지 색상의 물감을 칠해 작품을 완성한다. 패널 뒤에 붙이는 자석 수가 적으면 단조로운 패턴이, 그리고 그 수가 많으면 더 복잡하고 정교한 패턴이 만들어지고, 연출된다. 공업용, 건축용 철이나 광물 등을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 그라인딩해 선과 점 등의 효과를 살려 그 느낌이 동양화의 여백처럼, 채색화와는 또 다른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그 느낌들이 호수의 물결이나 무한한 우주의 공간처럼도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자석과 철 가루를 이용한 오브제의 효과는 자력으로 인한 독특한 기를 내뿜으며 주변에 그라인딩 된 바탕 속에서 마치 블랙홀처럼 관람자의 시선을 모두 빨아들이는 작품으로 독특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그가 획득한 작품 장면은 현실의 표피적 묘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내면까지 응시하는 작가적 자세에 의해서 빛을 발한다. 강렬한 색채로 모순된 시대 상황을 준엄하게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온화한 색깔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기성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계명대 미대를 졸업했으며 일본 무사시노대학원을 수료했다.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이며 현재 한국미술협회, 대구지역 현대미술 그룹 TAC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