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과 새 직장은 늘 낯설고 어색하다. 며칠간 그런 낯설음에서 헤매고 있다.
28년간 젊음을 모두 보낸 포스텍을 떠나 대구에 있는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로 가는 날 이 대학이 어떤 대학인가 나도 궁금하지만 모두들 궁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친구들이 어느 직장으로 가냐고 물었을 때 디지스트라고 이야기 하면, 인문계 출신 친구들은 대부분 잘 몰랐고 이공계 친구들도 전부 아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신설된 대학이 디지스트였다.
포항에서 그리 멀지는 않다. 1시간 남짓 대구로 가서 구마고속도로를 30분쯤 가다 보면 할매 곰탕으로 유명한 현풍이 나타난다.
현풍에는 대규모 테크노단지가 세워지고 있다. 이곳에는 원래 경북과학기술원이라는 연구원이 있었고, 테크노 단지, 그리고 여러 공장들이 들어서고 국립대구과학관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교육부의 과기대 특성화 정책에 의해 4개 과기대 즉,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유니스트)의 집중 육성정책에 의해 디지스트 대학도 6년 전 설립되었다.
이 4개의 대학과 사립대학인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포스텍)를 합해 5개 특성화 과기대라고 일컫는다.
사실 이 5개 대학이 전국에 퍼져 있으면서 한국의 과학기술의 첨병이 되길 정부는 기대하고 있고 국민의 기대도 크다. 그간 정부는 1971년 창설한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고급 과학기술인재 양성에 기여해 왔고 1986년 창설된 포스텍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꾸준히, 사회적 기술수요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신속한 인재양성과 국가 전략적인 연구활동 및 지역산업 발전의 연구거점으로서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이에 정부는 대학과 출연(연) 기능이 융합된 과학기술대학(원)의 이점을 활용하여 글로벌 시장을 창조할 수 있는 선도연구와 지역산업을 주도하는 지역수요기반의 R&D 분야를 중점 지원하여 관련 핵심인재를 양성해 나가고, 강점분야에 대한 특성화를 통해 과기대를 세계적인 과학기술 선도대학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으로 이러한 특성화 대학(원)을 설립했다.
병행하여 과학고, 과학영재학교를 포스텍과 이러한 디지스트 같은 특성화 대학원과 연계하여 과학기술과 교육의 융합시너지 창출, 해외 석학과 우수 외국인 교수를 유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융·복합 교육 강화 및 스타과학자 육성을 위한 여건 조성 등을 해나간다는 계획도 있다.
물론 포스텍은 사립대학이라 이러한 융합에 한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포스텍의 우수성은 충분히 이러한 한계를 상쇄하고 있다. 디지스트를 비롯한 특성화 과기대의 또 하나의 전략은 전략기술 및 각 과기대의 강점분야를 특성화하고 연구의 창조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융합연구를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국가 신성장동력 발굴과 국가·지역의 전략기술 원천연구 등 국가 미래원천 R&D 분야 중점지원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을 집적한 캠퍼스와 연계 및 융합연구소를 중심으로 융합연구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사실 디지스트가 추구하는 융합형 교육과 연구는 지금 포스텍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카이스트, 포스텍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 낯선 이름으로 고생하던 기억이 있다.
필자도 특례자원 기초훈련을 군에서 받을 때 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이라고 하니까 기술학원 출신으로 오해 받은적이 있고 또 대전에서는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오해한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포스텍도 포항의 어떤 낯선 대학으로 한동안 이름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다.
디지스트가 이런 선배대학들의 전철을 참고로 이름을 잘 극복하고 진정 한국과학의 선봉에서 포스텍과 함께 잘 발전하길 빌어본다.
포스텍이 있는 포항과 디지스트가 있는 현풍을 달리는 길은 늘 즐겁다. 당분간은 왔다갔다 하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즐거운 왕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