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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채 8시간… 조난신호 또 `불통`

박동혁·전준혁·손병현·전재용기자
등록일 2017-08-31 21:08 게재일 2017-08-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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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서 어선 전복… 3명 구조 4명 사망 2명 실종<BR>04시33분에 사고 발생, 12시47분에야 신고 접수<BR>대형 사고마다 불거진 V-PASS 고장 또 문제로<BR>해경, 야간수색 계속… 강풍과 높은 파도로 고전
▲ 30일 오후 경북 포항 호미곶 동쪽 해역에서 어선이 전복돼 3명이 구조되고 6명이 실종됐다. 해양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연합뉴스

붉은대게 조업을 위해 독도 근해로 향하던 통발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선원 9명 가운데 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특히 사고어선에 설치된 V-PASS(해난 사고시 자동 조난신호 발신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고발생 이후 무려 8시간 동안 당국이 조난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초기대응에 허점을 드러냈다.

<관련기사 4면>

◇출항, 전복, 구조까지 8시간

포항해양경찰서와 포항시 등에 따르면 사고어선인 803광제호(27t)는 30일 오전 3시께 포항 구룡포항에서 출항해 독도 근해로 이동하던 중 1시간 30분 만인 오전 4시 33분께 강풍과 높은 파도에 의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9명 중 선원 김종율(67)씨 등 4명이 숨지고 손강호(55)씨 등 2명이 실종됐다.

선장 김명진(59)씨 등 3명은 침몰 직전 극적으로 탈출해 전복된 배 위에서 구조를 요청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경비함에 의해 구조됐다.

호미곶 북동쪽 16마일 해역에서 사고를 당한 803광제호는 V-PASS 고장으로 8시간 가까이 사고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표류하다 낮 12시 14분께 사고 해역 인근을 지나던 유조선 아틀란틱 하모니호에 의해 발견됐다.

아틀란틱 하모니호는 “선박이 전복된 것 같다”며 포항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했고 센터는 즉시 해경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뒤늦게 신고를 접수받은 포항해경은 인근에서 경비 중이던 경비정 1510함을 현장에 급파했으나 1510함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사고 발생 8시간 14분이 지난 낮 12시 47분께였다.

◇실종자 2명 집중수색 … 강풍과 높은 파도 악재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곧바로 뒤집힌 배 위에서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던 선원 3명을 구조했다.

이어 오후 1시 41분부터 2시 34분까지 선체 안에 있던 선원 4명을 추가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숨지고 말았다.

사망자 유해는 포항 성모병원과 세명기독병원에 분산 안치됐다.

해경은 나머지 실종 선원 2명도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선박 침실 등을 집중 수색에 나섰다.

오후 6시 현재 현장에 헬기 8대와 경비함정 13척, 잠수부 등을 동원해 수색을 진행하고 있으나 초속 10~12m의 강한 바람과 파고가 2.5~3m에 이르는 등 기상 악조건에다 통발, 어구 등이 얽혀있는 현장상황 등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해경은 실종자를 발견하기까지 야간수색을 진행할 방침이다.

포항시도 김영철 일자리경제국장을 사고수습 대책상황실장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구룡포수협 2층에 설치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한편, 사고 어선은 구룡포수협 소속으로 선체공제보험 2억3천576만 원과 선원공제보험 4억7천484만 원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도가 심해서 못나갈 것 같았는데…”

이날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경북선원노동조합 2층 사무실에 마련된 803광제호 실종자 가족대기실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가족대기실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실종자 손강호(55)씨의 부인은 흐느끼며 손씨의 소식이 전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오늘 파도가 심해서 못나갈 것 같았는데 나갔다”며 “불쌍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어떻게 새벽에 사고가 났는데 정오가 넘어서 연락이 오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들도 사고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포항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 선원들은 취재진의 방문에 “동료들을 잃었는데 무슨 할 얘기가 있겠느냐”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병원 관계자는 “구조된 선원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8시간이라는 장시간 동안 표류해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자

△김명진(59·선장·울진군 후포면 삼율3길 34-4) △우소춘(56·선원·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허월용(57·선원·포항시 남구 구룡포2리 817)

◇사망자

△김종율(67·속초시 영랑해안6길 25) △김임수(65·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김순복(58·속초시 청호동 118-5) △윤재명(50·영덕군 강구면 신강구길 63)

◇실종자

△손강호(55·포항시 구룡포읍 호미로 368-11) △반재호(46·울진군 후포면 삼율리 성산1동 802)

특별취재팀/정철화 기획취재부장

박동혁·전준혁·손병현·전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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