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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등록일 2017-08-28 20:49 게재일 2017-08-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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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문재인 정부는 남북대화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듯하다. 우리의 대북 대화 제의에 북한당국은 아예 무시하거나 묵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자체도 북한 당국은 이미 무시하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 참여 요청,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사업 재개, 정부의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의 개최 제의까지 그들은 현 상황을 핑계로 거절해 버렸다. 어제는 평양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우리 태권도 시범단의 방북제의까지 묵살해 버렸다. 지난 4월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단은 강릉 대회에 참석하였고 북한 태권도 시범단은 6월 무주에서 시범까지 보였다.

북한당국이 우리 측의 방북을 차단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기본적으로는 남한과의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의 남북 정상회담시의 상황과는 북한의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시기와는 달리 심각한 식량위기는 탈피하고 시장 경제의 확산에 따라 3.9%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오직 미국과의 대화에만 목말라 하고 있다. 그들의 `벼랑 끝 전술`의 끝자락에서 미국의 대화 제의에 내심 좋을 수밖에 없으니 남한의 대화나 협상은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고 미국과의 통 큰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고, 김정은 체제의 안정 보장이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남북 대화와 협상에 조급증을 낼 필요는 없다. 대화에는 시기가 있고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협상 전술이기 때문이다. 그러한데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직 대화에만 집념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남북 대화와 화해 협력은 시대적 과제이다. 그렇다고 서두른다고 일이 쉽게 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빈번한 대북 제의는 우리의 의중을 노출시켜 대화나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가 대화에 목말라 하고 조급해 할수록 북한 당국은 `갑`의 입장에서 느긋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대화의 협상은 남북관계 개선의 방편이지 목표는 아니다. 그것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10년의 남북 대화와 협상의 귀중한 경험이다.

노무현 정부 말 금강산 남북 학술회의에서 북의 고위층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북한은 `사상·정치 강국`은 끝났으며 이제`군사강국`을 거쳐 `경제 강국`으로 간다고 호언장담 하였다. 소위 그들의 `사회주의 강성대국 론`에 대한 선전이다. 나는 당시 북한의 민간대외 협력 관계 책임자인 그의 발언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 후 10년 지난 지금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최종 시험 단계까지 진입해 있다. 유엔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결의했지만 북한은 또 다시 미사일 3발을 동해에 시험 발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조급한 대화 제의는 우리의 체면만 손상시킨다.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진행 중인 시점의 대북 대화 제의는 더욱 적절치 않다. 정부는 대북 대화나 협상에 앞서 주변 4강과의 안보외교를 더욱 튼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통일부 장관까지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의 상황이다.

정부는 북미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 한미 간 대북 정책 공조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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