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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혁의 역학

등록일 2017-08-24 21:29 게재일 2017-08-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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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한국은 두 달이 지나면 엄청 개혁이 되는 듯 보이는데 2년이 지나면 똑같아진다”

매년 제자들과 가지는 연구실 창립기념 모임에서 한 제자가 한 말이다.

그 제자는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2개월 후 돌아와 보면 무언가 정신없이 변해 있는데 2년 후 돌아와 보면 똑같아 진다”는 상당히 의미있는 농담을 했다.

참석한 제자들이 파안대소 했지만 그 농담은 웃어넘길 일이 아닌 듯했다.

과거 모든 정권에서 초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정권들이 중반 이후 지지세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험을 했었다.

지금 야당은 새 정부의 인사난맥상 등을 따지겠다며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나 여당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국회 운영위에서는 여야가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으며 충돌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사실 비리나 직권남용이 아니라 단지 인사검증 문제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는 건 정치적인 공세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 민정수석이 국회출석을 못할 이유도 사실은 없다.

지금 여당은 야당시절, 국정혼란 개입의혹을 받았던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국회출석을 거세게 요구했었고 그의 국회 출석 거부를 격렬히 비난했었다.

이제 여야가 바뀌어 여나 야나 과거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여는 과거 그토록 비난했던 민정수석 국회 불출석을 옹호하고 있는데 그 옹호나 변명이 과거 여당 정부와 똑같다는 보도를 읽었다.

반대로 야는 과거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을 옹호하던 것과는 달리 현 민정수석의 불출석을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에 대해 당신들이 여당시절엔 이러이러하지 않았는가 비난하고 야당도 여당에 대해 똑같은 논리로 비난하고 있다. 결국은 변화나 개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개혁의 역학은 무엇일까?

자기 입장에서 모든 걸 정당화 한다면 어떤 개혁도 일어나기 힘들다. 현재 내 입장에 유리한 논리를 전개한다면 아무런 개혁도 일어날 수 없다.

특히 정치개혁은 항상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과거 내가 상대방 입장에 있을 때 어떻게 했을까 하는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개혁의 역학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올바른 개혁의 역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권이 바뀌면 요란한 개혁이 진행되어도 몇 년이 지나면 똑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 그동안 한국의 정치풍토였다.

사실 현 정부가 인사검증에서 과거 야당시절 그토록 비난했던 공직 후보자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민정수석이 차라리 국회에 나와 과감하고 떳떳하게 인사난맥에 대하여 해명을 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그토록 비난하던 논문표절, 음주운전, 부동산 투기를 한 인사들을 공직자로 임명하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국민과 국회의 이해를 구하고 왜 야당시절 때와는 달리 인사 임명의 기준을 낮춰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민정수석의 국회출석이 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본다.

애시당초 민정수석은 인사검증 이외에도 상당히 전략적인 일들을 하기에 약간 베일에 싸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국회증언을 거부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 전략적인 일들이 여전히 공개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제 정치개혁이란 측면에서 이번 정권은 이런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한다. 그것이 현 정부에 거는 새로운 국민들의 기대라고 본다.

과거 잘못된 개혁의 역학이 아닌, 올바른 정치개혁의 역학 구도가 자리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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