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온 탈북자의 행렬이 6월말 현재 3만805명에 이르고 있다. 분단 시 독일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이들만을 한곳으로 모으면 작은 도시가 된다. 탈북자들은 대부분 산전수전을 겪어 이 땅에 도착하였다. 대부분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에 잠시 머물다 희망의 땅인 이곳을 밟은 사람들이다. 탈북자 중에는 러시아, 미얀마, 태국, 몽골을 거쳐 꿈에 그리던 이곳으로 온 사람도 있다. 모두 하나원에서 3개월의 적응교육을 받은 후 희망지를 배정받아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탈북 동기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껴 자유 대한을 찾은 사람들이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할 시기는 기아를 면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강 타기`를 한 사람들이다.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은 고난의 행군시기보다는 월등히 좋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근년의 탈북자 중에는 `빵보다는 자유`를 찾아 탈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서 학력도 높고 지위도 좋은 엘리트층의 탈북 경향이 는 것이다. 영국에서 탈북한 북한외교관 태영호 공사뿐 아니라 공개되지 않은 권력 엘리트층도 상당수 있단다. 근년에는 북한의 당 간부, 배우, 성악가, 교수, 한의사, 군 장교 등 `삶의 질`을 위해 탈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탈북자들 중에는 남한에 잘 정착하여 성공한 사람도 더러 있다. 한국에서 재교육 받아 의사가 되고 교수가 된 사람까지 있다. 내가 멘토 역할을 한 어느 탈북 교수도 우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에서 교수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떤 탈북자는 경비원 일을 하다 증권 투자로 대박이 났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남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가 준 임대아파트에서 기본 정착금으로 겨우 살아가는 사람도 상당수다. 북에서 명문 대학인 김책공대를 졸업하고도 남에서는 노동일을 하면서 미국행을 꿈꾸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면접한 어느 미모의 탈북 간호원은 택시기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백한 적도 있다. 한국인들의 냉대가 심하여 탈북자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으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남한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북한 실상을 폭로하던 임지현(본명 천해성)의 입북사실이 보도되었다. 그는 북으로 가서 북한 TV에 출연하여 남한사회를 신랄하게 폭로했다. 그가 북으로 갈 때 `8천원에 머리를 자르고 북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만류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탈북자 김광호씨는 재입북했다가 6개월만에 다시 남한으로 돌아와 체포되어 구속되었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재입북자가 25명이나 된다는 보도도 있다. 재 입북자가 200여 명이 넘는다는 추측 보도도 있다. 북한 당국은 최근 탈북자의 재입국을 유인하려고 이들을 처벌치 않고 관대하게 처리하고 있다. 탈북 자중엔 중국을 통해 북의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주는 사람까지 있다. 탈북자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이산가족에 대한 아픔은 커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최소한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에 대해 의심하는 태도만큼은 버려야 한다. 정부는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북으로 가는 사람을 그대로 방치 할 수 없다. 경찰이 뒤 늦게 소재가 불분명한 900명의 탈북자 소재를 파악한다고 법석이다. 신원과 안전을 담당하는 경찰은 그 동안 무엇을 했는가. 취업 등 탈북자를 돌보는 행정 공무원들은 임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의 정착이 원활치 못하면 탈남(脫南)행렬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남한 시회의 시민단체도 이들을 돕기 위한 방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그들을 향한 따뜻한 동포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