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북 성주에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민간인들이 마을 어귀 도로에서 민간인의 통과를 검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도 이들의 검문을 받아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30여 명의 민간인이 테이블과 의자, 파라솔을 가져다 놓고 “협조해주세요, 탑차·적재물 꼭 확인 후 지나가 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도 펼친채 지나가는 차들을 검문한다고 한다.
경찰권도 없는 민간이 민간을 검문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통과하는 경찰차도 이들의 검문을 받고 있다고 하니 도대체 지금 한국은 법이 지켜지는 나라인지 의문이 든다. 검문하는 사람들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드 배치 저지 전국행동` 등 반미(反美) 단체 회원들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그 피해는 막심하다. 이들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사드 기지 운용에 필요한 물품 운송을 하지 못하도록 실력 행사에 나서는 바람에 군(軍)이 휘발유와 경유 등을 운송 하지 못하고 헬리콥터로 공수한다고 한다.
공수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위험이 크게 따른다.
실제로 몇몇 민간인의 제지에 막힌 군이 2㎞ 남짓한 도로 통행을 포기하고 사드 부대 운용을 위한 유류와 병력 대부분을 헬기를 통해 운송하다가 난기류를 만나 한 야산에 항공유 한 통을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 바람에 야산에 쏟아진 기름을 수거하기 위해 군 병력 100명이 동원되는 북새통을 떨어야 했다.
운송의 비효율과 비용증가는 물론이지만 생명의 위기와 군 병력의 낭비가 심각한 상태다. 경상도 방위를 관할하는 2군작전사령부 관계자는 “주민과 충돌하지 않으려고 헬기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성주군청과 경찰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간인이 도로를 점령하고 검문을 벌이는 건 엄연한 불법 행위이다.
왜 국가와 경찰은 이런 불법행위를 묵과하고 있는가? 성주경찰서 관계자는 검문소 철거 작업에 나섰지만 사드 반대 세력이 원불교·천주교 등 종교 행사를 하는 바람에 “`종교 탄압`이라는 주장이 나올까 봐 무리한 진압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경찰 무능력은 정부의 눈치를 보는데 있다. 당초 사드배치를 반대했던 정당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기에 지금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도로를 점령하고 불법을 일삼는 민간에 대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4·19 혁명 후 혼란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린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매일 정부에 무엇인가 요구하면서 데모로 날이 새고 데모로 날이 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정부는 구 정부를 무너뜨린 민간인들의 공로(?)가 있기에 민간인들의 데모 통제에 속수무책이었고 사회와 국가는 대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물론 현재 그러한 수준의 혼란은 아니지만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각종 노조의 요구, 민간인 도로 점령 등에 대해 정부가 강한 공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 유사한 사태가 선진 서방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어땠을까? 민간인의 시위는 신고에 의해 일정한 법 테두리 하에서 허용되지만 도로점령과 민간인 검문에 대해서는 강한 공권력이 작동됐을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요즘 “이게 나라냐 ?”하는 자조적 말들이 들린다.
이 말은 작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 당시 나라가 소용돌이 사태에 들어갔을 때 시작됐던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반복된다면 정권만 바뀐 도돌이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공권력을 정치논리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확고한 공권력 확보로 대응해 국가를 안정시키고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시국에 대처해야 한다. 약한 내치로는 북한의 엄중한 위협에 대처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