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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상가 창유리엔 쓸쓸한 임대 현수막

김민정기자
등록일 2017-06-07 02:01 게재일 2017-06-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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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상가 공실률 `13.5%`<BR>경북과 함께 전국 최고수준<BR>장기 불황에 주요상권 위축<BR>대로변 1층도 빈 곳 수두룩<BR>임대료도 안 떨어져 악순환<BR>건물주·임차인 모두 시름만

“웬만해선 1층은 잘 안 비는데…. 불경기는 불경긴가 봅니다.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고 임대료를 내릴 수도 없고….”

지난 2일 포항시 남구 대잠동의 한 상가건물에 걸린 현수막 `임대문의 010-xxxx-xxxx`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건물주 A씨는 하소연부터 늘어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 의류·잡화 매장이었던 이곳은 경기침체와 함께 손님이 뜸해지면서 세입자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빈 점포로 방치된 지 어느새 9개월. A씨는 “지하나 지상 2~3층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도 아닌데 건물 1층이 수개월째 텅 비어 있으니 속이 타들어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포항은 중앙상가 등 지역 주요상권을 중심으로 중대형상가 공실이 높아 건물주들은 시름을 앓고 있다. 불황으로 상권이 침체되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빠져나가는 데다 새로운 임차인 역시 찾기 어려워지면서 `주인 없는 점포`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올해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포항지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3.5%로 전국 평균 9.5%보다 4% 높았다. 대구(10.7%), 울산(11.3%), 전남(12.2%)지역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전국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최근 3년 새 최저치를 기록한 데 반해 포항지역의 공실사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경북 전체 상가 동향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포항을 포함한 경북지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3.6%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북(14.3%)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소규모상가 공실률도 4.5%를 기록해 전국 평균(3.9%)보다 비어 있는 점포가 많았다.

포항은 중앙상가를 비롯해 남구 이동, 북구 양덕 등 주요상권의 대로변 1층 상가에서도 `주인 찾는 점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층 상가는 고객이 드나들기 편하고 광고 효과가 뛰어나 매출이 적더라도 임차인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자리 경쟁이 치열했다. 같은 건물이라도 비교적 유동인구가 많고 지역 버스노선이 1~2개 이상 지나는 1층 자리의 보증금이나 월 임대료가 몇 배씩 비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항 예전부동산컨설팅 손형석 대표는 “요즘은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상가 1층 자리를 고수하는 임차인이 드물다”면서 “불황에도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이라고 해도 공실이 계속 되고 있다. 포항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임대료가 지금 수준으로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 1층 공실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불황과 매출 감소 탓에 자영업자들이 점포를 비우기도 하지만 비싼 임대료로 `비자발적 이탈`이 공실사태를 빚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사가 안 되는 데다 임대료는 높아 권리금은 고사하고 보증금을 다 까먹고 나가는 임차인도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 시도별 개별 공시지가 변동률 조사 결과에서 경북(8.06%)과 대구(8%)지역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상승폭이 컸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오피스는 약 13%, 상가는 5~20%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있다”며 “건물주라면 수익성이나 가치를 판단할 때 현재 공실률뿐만 아니라 지역 상황이나 경기, 공급현황, 임대료 등을 고려해 향후 보유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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