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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등록일 2017-05-18 02:01 게재일 2017-05-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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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라는 말이 있다. 잠들지 않는 올빼미, 또는 야행성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 최장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인들은 밤에도 쉬지 않는다. 심야 시간 즐길 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대형 마트도 자정까지 문을 여는 경우도 많고,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간판은 밤새 거리에 불을 밝힌다.

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와 약 17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중인 `외국인이 한국인에 놀라는 7가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면 우리나라의 찜질방, 음주 문화는 외국인이 신기해하는 대표적인 한국 문화 중 하나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것은 물론 저렴한 비용으로 넓고 쾌적한 찜질방에서 밤새워 놀 수 있다는 사실은 외국인의 눈에 신기한 풍경일 수 있다.

호모나이트쿠스들은 카페, 편의점, 술집, 노래방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야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여의도 밤 도깨비 야시장, 반포 한강공원 야시장, 동대문 DDP 앞 야시장은 호모나이트쿠스로 북적이는 인기 장소다. 호모나이트쿠스들이 주로 즐기는 활동은 야식이다. 야간 비행편을 이용해 여행을 떠난 후 현지에서 다시 새벽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밤 도깨비 여행도 인기다.

이처럼 호모나이트쿠스를 겨냥한 수요가 있으니 편의점·찜질방·헬스장 등 24시간 편의시설이나 야간 교통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인이 심야 시간에 여가를 즐기는 이유는 뭘까. 다른 나라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일하는 한국의 교육·노동 문화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1인 근로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 근로시간이 1천766시간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1년에 347시간 더 일한다. 늦은 시간에 일과가 끝나는 이들은 여가를 즐길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러니 더 늦게까지 깨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이 외국인의 눈에는 진풍경으로 보인다니 입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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