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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갈등은 가고 세대 갈등만 남았다

등록일 2017-05-08 02:01 게재일 2017-05-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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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5·9 대선이 내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에도 선의의 정책 대결보다는 고질병인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난무하였다. 선진국 선거에도 간혹 나타나지만 아무리 봐도 네거티브적인 우리 선거판은 지나친 감이 든다. 후보들 간의 여섯 차례의 토론에서도 서로 마주보고 상대를 비방하고 폄하하는 모습은 아직도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19대 대선은 한국의 정치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줘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이번 대선은 과거에 비해 안보와 북풍이라는 변수는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선거에도 종래의 종북 좌파 문제가 선거의 구호로는 등장했으나 그것이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한반도가 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로 위기 상황까지 왔지만 그것이 유권자의 표심에는 크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우익의 선거 프레임은 이제 유권자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홍준표 후보의 `종북 좌파` 프레임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안보 무능정권 청산`이라는 대응은 `장군 멍군식`이 되어 버렸다. 분단 상황에서 안보가 중요하다는 의식은 강하지만 그것이 대선의 표심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것은 분단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경험한 `학습 효과`일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 연고적 투표 성향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동안의 여론조사에서는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의 표심은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각축이 예상되고, 대구·경북에서는 이미 홍준표,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삼각구도가 형성되었다. 과거의 여야 특정 정당이 80%이상 싹쓸이 하는 선거구도는 이번 선거에서 청산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하이데 교수는 “한반도는 남북통일에 앞서 영호남의 지역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번 대선은 지역감정에 따른 지역주의적 표심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이 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은 표심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간의 여러 차례의 여론 조사는 20·30·40대는 문재인 후보를 60·70대는 홍준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지난 18대 대선의 세대 간 갈등이라는 표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속담에는 `20대에 공산주의자 한번 못 되어 보면 바보이고, 60대까지 그대로 남아 있으면 더욱 바보`라는 말이 있다. 정치 현실을 보는 눈도 세대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나무랄 수도 없다. 한국의 청년층은 국정 농단의 책임문제, 청년 일자리 문제로 분노하고, 노인세대는 나라의 안보와 국정의 안정을 걱정하는 결과이다. 투표를 앞두고 가정에서 대선 후보선택을 앞두고 분란이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결국 이를 극복하는 것도 정치의 과제이다.

안보나 지역갈등 문제, 세대 간의 갈등은 결국 한국 정치의 이데올로기 문제로 귀결된다. 선거에서의 투표권의 행사는 결국 유권자의 생각과 가치관의 소산이며 선택의 문제이다. 선거는 결국 이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이다. 이번 대선이 이 나라의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여태껏 보혁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이 시작되었다는 점도 귀중한 수확이다. 이번 선거는 보수와 진보에 관한 본격적인 논쟁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유승민 후보는 참된 보수의 기치를 내걸었고, 진보의 심상정 후보는 합리적 진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치유하고 선진화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일 탄생하는 19대 대통령은 이 나라의 갈등을 치유하고 정치 경제와 안보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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