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7개월 앞당겨 실시되는 보궐선거이다. 보름밖에 남지 않은 대선전에서 치열한 유세 열기가 전국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종래의 선거에 비해 준비기간이 짧고 부족하기 때문에 선거전은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대선이 한국 정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도 있을까. 이번 대선은 종래의 고질적인 흑색선전과 마타도어, 상호 비방이라는 네거티브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지만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이번 대선은 지난 18대 대선의 대결구도와는 달리 5당 후보가 나름대로의 정책 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도 과거 여야의 단순한 보혁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정당의 이념은 보는 시각에 따라 상대적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전통 보수 우파를 자처한 자유한국당, 보수 개혁을 표방한 바른정당, 중도 개혁의 국민의당, 중도 진보인 더불어민주당, 진보 좌파인 정의당이 있다. 이는 과거의 단순한 여야 양자 대결보다는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물론 대선 이후 정당간의 통합 등 정계 개편이 예상되지만 이러한 다당제의 출현이 정치 발전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그것이 대선 이후 정책이나 사안에 따른 정책 연대나 협치의 길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대선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 연고주의 투표성향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점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조장된 영호남의 지역감정과 특정 정당의 독점구도가 해소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선 후보의 여론조사에서도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경합을 벌이고, 전통적인 보수지역인 TK에서도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치열한 선두 경쟁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결과는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영호남 간 수십 년 지탱해온 특정 정당의 지역 몰표라는 독점구도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영호남의 특정 정당 독점구도가 깨어진다면 자연히 고질적인 지역감정도 완화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대선에서 이것 하나만 이뤄진다면 이 나라 정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
또한 이번 대선은 과거의 형식적인 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은 사라지고 실질적인 TV토론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5명 후보의 2시간에 걸친 초유의 스탠딩 토론은 과거와 달리 후보가 사전 준비 자료를 지참치 않고 진행됐다. 대선 후보의 인사말에 이어 9분간 할당된 주도권 토론에서 후보들은 상호 질문과 답변을 통해 자신의 정책적 입장이나 정치적 소신을 여과 없이 노출시켰다.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박진감 넘치는 토론장면을 접할 수 있었다. 물론 토론에서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도 빈발했지만 시청자들은 과거와 다른 토론 장면을 통해 이 나라 최고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검증할 기회를 접한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토론의 형식은 그럴듯 했으나 그 내용과 수준은 아직도 저급한 수준을 탈피하지 못했다. 특히 선두 후보에 대한 청문회 식 질문과 감정적인 질타는 다자 토론의 한계를 여실히 노출했다.
결론적으로 19대 대선과정의 이러한 측면이 정치 발전론적 시각에서 우리 정치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당제 하에서 여러 입후보자의 등장은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과거 보다 넓혀 주었다. 또한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 연고주의적 투표 행태는 이번 선거로 사라질 가능성마저 보여 주고 있다. 처음으로 도입된 스탠딩 토론 방식도 문제점만 보완된다면 후보의 자질을 보다 철저히 검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이 나라 민주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