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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3-16 02:01 게재일 2017-03-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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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비담이 반란을 일으켰다. “여왕이 무능해서 나라를 다스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진골 상대등이었고, 여왕은 중환 중이어서 `왕이 될 기회`라 여겼다. 그러나 왕의 곁에는 김춘추·김유신이 있었으니 반란군은 명활산성에 쫓겨갔다. 어느날 `큰 별이 월성에 떨어지는` 변괴가 일어났다. 그것은 왕의 사망을 뜻했다. 반란군은 기세를 올렸고 정부군의 사기는 떨어졌다.

김유신은 곧 꾀를 냈다. 월성 서남쪽에 붓같이 생긴 필봉이 있는데, 그 산에서 큰 연에 등불을 달아 띄워 올리면서 “떨어졌던 대성이 다시 올라갔다. 왕이 회생했다”란 말을 퍼뜨렸다. 정부군의 사기는 되살아났다. 두 장군은 그 여세를 몰아 명활산성으로 진군했고, 반란군은 쫓겨가다가 전원 체포됐다. 반란군 수괴들은 구족(九族)을 멸하는 멸족지화를 당했다. 김유신의 `가짜뉴스`가 승기를 잡은 것이다. 그후 필봉은 성부산(星浮山·별이 뜬 산)이라 불리게 됐다.

가짜기사로 재미를 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 궁지에 몰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도청하라고 지시했다”란 의혹을 제기했는데, 하원 정보위가 “13일까지 증거를 제출해달라” 요구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보기관에 대통령이 전화 한 번만 해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수 주째 묵묵부답이다. 오바마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 멍청이의 말을 왜 더 듣고 싶어서 도청까지 했겠습니까” 했다. 이 일을 두고 신문 `유머 풍자 코너`가 재미 있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청을 막기 위해 백악관 전화기를 전부 은박지로 싸라고 지시했다”란 진짜처럼 쓴 가짜기사가 실렸다.

더 웃기는 것은 중국 언론들이 이 가짜뉴스를 사실인 줄 알고 퍼날랐다는 것이다. 미국은 풍자·유머·반어법(反語法)이 잘 발달해 있는데, 경직된 사회주의 국가들은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주 낚인다. 중국 정부는 각종 음모론과 엉터리 뉴스를 마음대로 만들어내니 언론도 만성이 되어서 가짜기사를 잘 믿어버린다. 이러니 중국은 `뚱뚱한 멍청이`란 소리를 듣는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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