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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졸한 대국(大國)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3-15 02:01 게재일 2017-03-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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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크루즈선이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제주에 도착했지만 승객 3천400여 명은 내리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제주도측은 애가 탔다. 오후 1시에 도착한 배가 5시쯤 되자 뱃머리를 돌렸다. 부두에 배를 대고도 승객 전원이 내리지 않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고, 더욱이 4시간 동안 애를 달구다가 돌아간 일은 20년 수교 이래 처음이다. 애당초 부두에 들어오지나 말든지, 사전에 말이라도 해야 할 일이지만, 중국측은 늦게서야 “승객 하선을 취소한다”는 말만 전했다. 지속적으로 `사드보복`을 하는 중국이 참 치졸한 짓거리를 한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 가르친 공자의 교훈을 외우기만 했지 실천을 못하는 대국이다.

중국 정부 나팔수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박 전대통령의 파면을 거론하면서 “임기 전반에는 중국과 미국 간 균형이 잘 잡힌 정책을 펼쳤으나 나중엔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은 미국에 안겼다”고 썼다. 영자 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한국이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서도 그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 했다. 중국 언론들은 전부터 “한국 정권의 교체가 답”이라 했고 그것이 실현됐지만 그럼에도 사드 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오히려 서둘러 더 빨리 배치하려는 것을 꼬집었다. 사드 배치의 원인이 북한 핵인데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대국의 치졸함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을 이용하는 짓에서 그 극치를 보인다.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군것질을 거부하고, 롯데를 배척한다”고 교사가 선창하면 학생들이 복창을 하는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중국인 대부분이 사드가 무엇인지 모르고 왜 롯데를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학생들은 더 영문을 모를 것인데 롯데 과자를 먹지 말라고 선동한다.

심지어 교과서에까지 `사드 반대`에 관한 내용을 수록한다. “한국은 나쁜 나라”란 인식이 머리에 박힌 이 아이들이 자라면 결국 반한(反韓) 세력이 될 것이고 한국과 중국은 영영 손잡을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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