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파면된 3월 10일은 우리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헌정 사상 유례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은 여성 재판관에 의해 개정 후 21분이 못돼 전격적으로 선언되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대통령의 권력남용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탄핵 전부터 대통령의 권력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대통령의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한 `분권형 대통령제`의 도입까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주장임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의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이 과연 대통령제의 권력 집중이라는 제도만의 문제인가라는 의문은 지울 수 없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대통령의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권력이며, 그것이 남용되면 심판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만천하에 선언한 판결이다.
사실 현행 우리 헌법에도 대통령의 권력 분산 장치는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권력의 수평적인 분산인 삼권 분립뿐 아니라 권력의 수직적 분산인 지방자치제까지 마련되어 있다. 대통령의 취임 선서뿐 아니라 대통령의 공익을 위한 임무조항까지 명시되어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의 대통령 탄핵은 선거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도 헌법적 가치를 위배할 때는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므로 이번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은 법적인 구조나 제도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권력의 운용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적시하여 국민들에게 다시 일깨워 주었다. 결국 대통령의 권력 남용은 우리 헌법이나 법률상의 제도적 장치보다는 대통령의 독단적인 운영 방식에 경종을 울려준 역사적 심판이다.
그동안 필자 뿐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소통부재의 리더십, 독선적 리더십을 우려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이번 헌재의 판결문에도 대통령은 국회와 언론의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선 실세를 통해 국정을 지속적으로 농단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이번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한 `예고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의 위기는 국민적 신뢰 위기로 이어지고 그것이 광장의 국민적 항거로 연결된 일종의 혁명이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234명 국회의 탄핵소추안과 광장의 갈라진 민심에 유의하면서도 국민 주권주의와 만인에 평등한 법치주의의 원칙으로 심판하였다. 결국 대통령의 권력 남용, 국정운영의 독선이나 독단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준엄한 교훈을 남긴 것이다. 이 판결은 이 나라 민주정치의 성숙 계기가 될 지침이다.
대통령 궐위로 대통령선거는 60일 이내 반드시 치러야 한다. 헌정 사상 이승만 대통령 하야에 이은 두 번째 궐위사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개헌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될 가능성도 높다. 탄핵전부터 대선 후보 중에는 개헌을 고리로 반문재인 전선을 형성하자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 공학적 판단일 것이다. 헌재 판결문에서 어느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독점을 막을 헌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였다. 국회에서도 이미 개헌 특위가 구성되어 개헌문제를 다루고 있다. 모두가 상당한 이유와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현 상황에서 개헌과 대통령 선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아직도 개헌의 골격인 대통령의 권력분산 장치마련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형태에 관한 아무런 합의도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개헌 일정에 관한 정치권이나 대선 후보 간의 합의부터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