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성모병원 이어 <BR> 에스포항병원도 운행 돌입<BR> 일괄 적용 기준 없는데다 <BR> 관련법 해석마저 `제각각` <BR>의료법 위반 경계 모호<BR> “병원 간 공정경쟁 저해” <BR> 경쟁 의료기관들 반발
포항성모병원에 이어 최근 에스포항병원이 셔틀버스 운행에 들어가자 지역병원 간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의료기관의 교통편의 제공을 두고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다 관련 법률 및 지침기준마저 불명확해 병원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3일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포항성모병원, 에스포항병원 2곳이 무료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포항성모병원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엔 오후 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병원 현관까지 버스를 운행한다.
확장 이전과 동시에 순환버스 운행을 시작한 에스포항병원도 터미널과 구(舊) 병원 등을 오가며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25분까지 차량 2대가 15분 간격으로 움직인다.
원칙적으로 병원은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법 제27조 3항에 의해 병원 셔틀버스 운행은 환자 유인행위로 간주하고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조항도 두고 있다.
문제는 예외조항에서부터 불거졌다. 복지부는 환자의 경제사정 등을 이유로 병원이 담당 지자체장으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을 경우 셔틀버스 운행을 허용했다. 그러나 승인사유 범위가 모호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난 2003년 복지부는 `경제적 사정 등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전승인 기준`을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병원은 △동일지역 내 경쟁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이 없고 △대중교통편이 없거나 1일 8회 이하인 지역 △보호자 도움 없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한 경우에 한해 교통편의 제공이 가능하다. 이를 적용하면 셔틀버스 운행이 가능한 곳은 농어촌 등 일부 의료취약 지역뿐이다.
포항시의사회 관계자는 “병원 셔틀버스 운행은 의료법상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오지에서나 가능하다”며 “승인을 받더라도 병원에서부터 가까운 대중교통 정류장이 있는 곳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 시내버스 운행구간에 병원버스가 다니면 위법”이라고 말했다.
무료 버스를 운행 중인 병원 2곳은 저마다 특별한 사정을 설명했다. 지난 1월말 남구 이동으로 자리를 옮긴 에스포항병원은 시내버스 노선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근거리에 경쟁 의료기관이 있는데다 포항성모병원 버스와 운행 노선도 비슷하다.
포항성모병원은 시내버스 총 3개 노선에 정류장이 포함돼 있고 이 가운데 105번, 130번 노선은 셔틀버스 운행구간과 동일하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병원까지 거리가 멀다는 민원이 제기돼 셔틀버스 운행을 허가받았다. 무엇보다 두 병원 모두 지자체 승인을 거친 만큼 버스 운행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경쟁 의료기관들은 “엄격히 따지면 병원 셔틀버스 운행은 의료법 위반행위”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남구의 A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병원 버스 운행은 당연히 불법인 줄 알고 있었는데 최근 경쟁 병원들이 하나둘씩 허가받으면서 환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인지 고객 유인 행위인지 그 경계마저 모호해졌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버스 운행을 허용하면 오히려 가만히 있는 병원들만 손해만 보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내비쳤다.
더군다나 의료기관 교통편의 제공지침에는 `가급적 의료기관과 가까운 장소로 한정하여 운영` `진료증 또는 예약증을 통해 확인된 환자에 대해서만 차량이용`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항시 남구보건소는 이와 관련해 “의료법상 셔틀버스 승인기준이 애매모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명확한 기준이 있는 의료법에 의한 승인이 아니라 제한적 범위의 지침을 따르다 보니 제각각 해석이 달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유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최대 단거리 운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진료증 확인처럼 차량이용 위반사항까지 일일이 검사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