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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박전의 계절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3-03 02:01 게재일 2017-03-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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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저 편에 섰던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니 선거철이 온 줄 알겠구나”란 말이 있다. 서로 아글바글 퍼붓고 평생 원수질 듯이 말싸움 하는 소리가 요란하면 선거철이 온 것을 안다. 죽기살기로 주먹질하다가도 마침종이 울리면 형제처럼 서로 끌어안는 권투 선수들처럼, 언제 그렇게 싸웠느냐는 듯이, 멀쩡한 얼굴로 웃으며 손을 맞잡는 정치가들. 동지가 하루 아침에 적으로 변하고, 적이 금세 동지가 되는 정치의 세계다.

`도끼날` 입으로 유명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홍준표 1억원` 사건에서 항소심 무죄를 선고받더니 그 입이 살아났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인데 바로 옆의 비서실장이 그 내용을 몰랐다면 깜이 안 된다”며 도끼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바로 반격했다. “이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다”라며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홍 지사는 또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서도 “민주당에서 2등 하는 사람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라며 “이들이 내게 시비를 걸 수 있겠느냐” 했다.

그는 또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에 대해서도 “지금은 좌파광풍시대로, 광적인 지지 계층만을 상대로 하는 여론조사이고, 대다수 국민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했는데, 민주당은 “인간 말종식 화법을 통한 `트럼프 코스프레`를 한다” “인격 수양부터 하라. 인두겁을 썼다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되받았다. 오가는 말폭탄이 `VX탄` 수준이다.

여권과 야권 사이의 말싸움뿐 아니라 야권 정당들 사이에도 `대선 후보 경선`이 있기 때문에 육박전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황교안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불승인`을 놓고 서로 “책임져라” 싸우고, 같은 당인 `문재인-이재명`사이에도 `사이다-고구마` 논쟁을 벌이더니, 지금은 `문빠`와 `손가혁` 사이의 공격·비방전이 온라인을 달군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하지만 사실상 `더러운 전쟁`에서 나온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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