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 갤럽의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33%, 안희정 22%, 황교안 9%, 안철수 9%, 이재명 5%, 유승민 2%로 나타나 있다. 문재인 후보가 1위를 고수하고, 안희정 후보의 20% 대의 약진이 돋보인다. 더불어 민주당은 이재명 예비후보의 지지율까지 합하면 60%를 넘고, 야권은 안철수·손학규 후보의 지지율을 포함하면 70%를 넘어서 버렸다. 여권은 출마가 아직 불확실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과 유승민 후보의 표를 합해도 11%에 머무르고 있다. 여야의 지지율이 70% 대 11%로 기울어진 것은 대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아직도 대통령 탄핵 여론이 80%에 육박하고, 정권 교체 여론이 65%를 넘어선 결과이다.
물론 선거판은 급변할 수 있고, 후보 지지율도 상승과 폭락이 예상되는 변수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기는 여권에 불리하지만 야권에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1강 1중 다약(多弱)인 대선 구도는 여권 대선 후보들에게 비상한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대선 구도를 깨기 위한 여권 후보 간의 합종연횡은 언제 가능할 것인가. 대선 승리를 위한 제3지대 설정은 아직도 유효한 구상인가. 정당간의 통합이나 선거 연합은 실제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3월 초로 예상되는 탄핵 결과는 후보 간의 빅뱅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전개될 몇 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검토해 보자.
선거 승리를 위한 여권과 야권의 합당이나 통합이라는 시나리오부터 점검해 보자. 이것은 대통령의 탄핵안이 기각되어 원래대로 12월 선거가 실시될 경우 실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탄핵이 3월초 인용되어 60일 이내인 5월초까지 선거를 치를 경우 이 시나리오는 불가능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신생 바른정당의 여권 통합은 돌발적인 변수가 없는 한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문패권주의를 반대하면서 민주당을 탈당하여 창당한 국민의당 역시 더불어민주당과의 재통합은 사실상 어렵다. 문재인 안희정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합당의지는 약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신생 정당이 지역 조직책까지 선정할 경우 합당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제3지대 빅 텐트 설치 시나리오는 아직도 살아 있는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빅 텐트 구상은 그의 갑작스런 출마 포기로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개헌을 고리로 3지대론을 주장하던 손학규의 국민의 당 입당은 제3지대의 입지를 훨씬 좁혀버렸다. 일부에서 아직도 김종인, 정운찬, 정의화 등의 빅 텐트를 기대하지만 선거일이 빨라질수록 현실화되기는 더욱 어렵다. 제3지대 빅 텐트는 처음부터 창당을 말하는지 선거 연합을 말하는지 실체 없이 거론되다 탄핵의 불길 앞에 묻혀 버리고만 이야기이다. 혹자는 각 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후보 간의 협상에 의한 새로운 빅 텐트를 기대하지만 그것마저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후보 간의 정치적 입장이 다르고 야망이 다른데 양보나 타협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당 간, 혹은 후보 간의 선거 연합이라는 시나리오가 등장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문재인 후보의 일강구도가 지속될 경우 반문재인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선거 연합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과거 사전 권력배분을 전제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DJP 연합이 집권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이번의 상황은 그 때와 사뭇 다르다. 이번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범여권의 선거 연합은 갈등의 골이 커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보수 개혁을 앞세우는 바른정당의 선거 연합은 아직도 살아 있는 시나리오이다. 결국 약 2주 후 3월초 탄핵 시간표가 확정될 때 범여권이나 국민의 당과 바른정당의 선거 연합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