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대선 정국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대선 후보의 부침이 심하다. 여권의 강력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원순 서울시장도 결국 대선 후보를 사퇴하였다. 지난 주 김부겸 후보도 `어려운 과제를 감당하기 부족함`을 인정하고 `정권 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였다. 그를 잘 알고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상당한 내공과 자질을 갖춘 정치인이다. 야당 불모지 대구에서 30여 년 만의 유일한 야당 의원이 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정치인 김부겸, 그는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이 나라 정치판에서 상당히 매력 있는 정치인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그를 만났던 사람은 입을 모아 김부겸은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하였다. 그의 상생의 리더십이 야당 불모지 TK에서 그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다. 그는 과거 조순형과 유시민이 모두 패한 대구 수성구에서 당당히 승리하였다. 더구나 여당의 대선 후보 전 경기지사 김문수를 30%이상 따돌리고 당선되었던 것이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가 대구의 자존심을 살렸다고 평가하고 그의 대선도전을 은근히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총선 종반 어느 날 그를 가까이에서 만난 적이 있다. 대구에서 총선과 시장 선거에 연이어 실패하고 삼수에 도전하는 선거이지만 그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선거 과정에서 줄곧 `이제는 대구를 바꾸자`고 그렇게 호소해도 `김부겸은 괜찮은데 당이 나쁘다`고 외면당하기도 했다. 그 어려운 선거에 그가 당선되었으니 뚝심 있는 사람임이 틀림이 없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소위 `벽치기 연설`, 일종의 맞춤형 연설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네거티브 전략은 결코 쓰지 않았다. 선거 막판 상대 측에서 그에게 어이없는 용공시비를 걸었지만 그는 당사자를 욕하지 않고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김부겸이 이번 대선 초반부터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존재감도 부각되지 않았다. 무슨 이유일까. 선거는 상황과 구도, 노선과 정책이 생명인데 그에게 유리한 국면이 별로 없었다. 이재명이 탄핵의 일시적 수혜자라면 김부겸은 탄핵 정국의 일종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그의 상생의 리더십, 화해 협력의 리더십은 자리를 잡을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주장한 지역주의 타파라는 통합적 리더십은 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촛불 민심의 격랑 앞에서는 설자리를 잃었다. 그의 야 3당 연립 정부 제안도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라는 광장의 민심 앞에서는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김부겸은 대구를 잘 알고 TK의 민심은 정확히 파악했지만 대선전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서울 쪽 야당가나 진보진영에서는 벌써 `정치인 김부겸이 대구 선거를 여러 번 치르다가 오염되었다`는 말까지 따라다녔다. 그의 박정희 박근혜 정부에 대한 매서운 발톱도 상당히 무뎌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그가 대구의 선거에 승리하려고 `탈박`이 아닌 `용박(用朴)`을 택했던 것은 사실이다. 시장 후보시의 `박정희 기념관 건립`공약은 대구의 진보층까지 실망케 하였다. 그런 것들이 대선전에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것이 TK 야당 정치인의 한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연립 정부 제안이나 일자리 공약은 먹혀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김부겸의 사퇴는 존재감 없는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출마 선언하는 정치 상황에서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사실 출마 선언은 쉽지만 출마 포기는 어렵다. 그는 일보전진을 위한 이보후퇴의 아름다운 선택을 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김부겸은 오히려 더 많은 과제를 짊어졌을 뿐이다. 그가 촛불 민심도 정치에 담고 사분오열된 이 나라 정치판을 화해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탄핵과 대선의 광풍이 끝나면 국민들은 김부겸의 상생의 정치에 다시 귀를 기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