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탄핵 판결이 나와야 선거일이 확정된다. 그러나 언론은 벌써 4월 말이나 5월 초 선거를 점치고 있다. 지난주 여권 유력 대선 후보 반기문이 전격적으로 후보 사퇴를 선언하였다. 본인은 귀국 후 동분서주했으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그의 갑작스런 후보 사퇴는 `한국 정치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한 예측된 결과이다. 반기문의 후보 사퇴는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먼저 반기문 사퇴는 다른 대선 후보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의 최종 13%대의 지지표가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 정당을 선택하지 않았던 그의 표는 여야 후보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후보가 빈곤한 여권에서는 대통령 권한 대행 황교안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을 구하자는 반 촛불 민심이 그를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헌재의 탄핵 판결 때까지 그는 입장을 유보하겠지만 그의 지지율은 이미 3위권으로 진입해 버렸다. 야권의 안희정 후보는 반기문 후보 사퇴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는 반기문의 충청권 지지기반을 이어받고 그의 우클릭 정책이나 `대연정안`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이재명을 제치고 두 자리 숫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둘째, 반기문 사퇴 이후는 대선의 어정쩡한 구도와 전선이 훨씬 뚜렷해지고 있다. 반기문의 `진보적 보수주의 노선`이 전선 형성을 애매하게 한 측면도 있었는데 그것이 걷히기 시작했다. 아직도 과거 대선과 같은 여야의 첨예한 대립전선은 형성되지 않았지만 대립각이 분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여야 5당 구조 하의 대선 정국이지만 탄핵의 시계에 따라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현재 여야 없이 선두 주자 문재인에 대하여 반문(反文)공동 전선 형성의 필요성은 증대하고 있다. 과연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가 손학규, 정운찬에 이어 김종인까지 끌어들여 반문 빅 텐트를 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과거의 여권의 보수 단일 후보와 야권 문재인 후보의 1:1 대결 구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반기문 사퇴 이후에도 당분간 선거의 쟁점은 뚜렷이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대선 쟁점은 광장의 촛불 민심과 반 촛불 민심에 휘말려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탄핵 정국이 종결되어야 대선 일정이 구체화되고 대선 이슈도 제대로 부각될 것이다. 개헌을 주창한 반기문의 사퇴는 개헌 쟁점까지 안고가 버려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선 후보들의 인기 영합적 작은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병역 1년 단축, 모병제 도입, 토지 보유세를 통한 1인당 130만원 지급, 18세까지 선거권 확대, 일자리 120만 개 창출, 육아 휴직 3년, 칼 퇴근법 제정 등 포퓰리즘적 공약이 남발되고 있을 뿐이다. 대선 때의 공약이 `빌 공 자` 공약(空約)이 되어 버린 현실에서 유권자들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 지도 의문이다.
탄핵의 시계는 거침없이 가고 있다. 시간에 쫓기는 이번 대선에서는 상대를 폄훼, 비방하는 흑색선전과 마타도어 전술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네거티브 전술이 노출되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 흑색선전과 폭로전술은 시간이 급할수록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기문 후보도 초반의 네거티브를 극복하지 못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국 선거의 고질병 중의 하나인 종북좌파 논쟁이 또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어느 때 높다. 미국에서 정적 제거용으로 등장한 매카시즘(McCarthyism)이 아직도 이 땅의 대선에는 상당한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떠들썩했던 NLL 파동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북한 내통설` 등 종북 좌파 논쟁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이번 대선에서 고질적인 종북 프레임의 재현은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