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롯데 입단식·기자회견<BR>“부드러운 선배로 이끌어 갈 것”
`빅보이` 이대호(35)가 고향 팀 롯데 자이언츠의 10번 유니폼을 6년 만에 다시 입었다.
이대호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입단식 및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 선수로서 새롭게 출발했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짧은 헤어스타일, 검게 그을린 얼굴로 등장한 이대호는 4년150억원 입단 계약서에 사인한 뒤 등번호 10번이 적힌 롯데 유니폼을 김창락 구단 대표이사로부터 받아 와이셔츠 위에 입었다.
이대호는 “6년 만에 돌아와서 기쁘고 팬들 만나는 게 설렌다. 몸을 잘 만들어 롯데 팬들이 야구장에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2차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는 롯데 구단의 상징적인 존재다.
일본프로야구 진출 전인 2011년까지 11시즌 동안 KBO리그 통산 1천150경기에 나가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번 타자로서 4년 연속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 등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2012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2연패와 함께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하며 일본 야구까지 평정했다.
이대호는 안주하지 않았다.
“꿈을 찾아가겠다”며 미국으로 떠난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불리한 계약조건과 플래툰 시스템(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좌·우 타자가 번갈아 출전)의 한계를 딛고 타율 0.253(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꿈을 이룬 이대호는 다시 FA 자격을 얻어 주전을 보장받는 새 팀을 찾았다.
일본 한신, 지바롯데, 라쿠텐 등이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이대호는 결국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곳으로 고향 팀인 롯데를 택했다. 6년 만의 귀환이었다.
다음은 이대호와 일문일답.
- 미국, 일본을 제쳐놓고 한국에 돌아온 이유는.
△ 금액도 금액이지만 한국 나이로 36살이다. 롯데는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팀이고, 팬들을 위해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이번 시기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몇 년 지나서 돌아오면 기다려주시는 팬들도 지쳐 있을 거로 생각했다. 팬들 때문에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은.
△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처음 갔을 때 보장되지 않은 신분이라 몸을 일찍 만든 게 후반기에 안 좋았던 이유였던 것 같다. 10년간 개막전에 맞춰왔는데, 미국에서는 1월에 몸을 만들어 시범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했다. 미국에서 실패했던, 마지막에 안 좋았던 요인인 것 같다. 이제는 4월에 맞춰야 하는데, 개막전부터 잘할 수 있도록 그런 실패는 다시 안 하도록 하겠다.
- 올 시즌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 개인 성적은 생각해본 적은 없다. 5강보다 더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노력하다 보면 팀 성적도 쌓이고, 개인 성적도 쌓일 것이다. 팀이 이길 수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들어왔다고 확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뭔가 달라지는 롯데가 될 수 있도록 감독님과 잘 얘기해서 준비를 잘하겠다.
- 2001년 신인으로 입단할 때와 지금의 느낌을 비교한다면.
△ 2001년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무것도 모를 때다. 야구만 하면 되는 시기였다. 지금은 팬들뿐만 아니라 구단도 신경 써야 하고, 머리가 많이 아프다. 어떻게 팀을 만들지 고민이 많이 된다. 즐겁게 야구하고 싶다. 외국에서 배웠던 것은,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고,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더라. 야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웃으면서 야구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
- 조원우 감독이 주장으로 낙점했다고 들었다.
△ 원래 롯데에 있을 때 무서운 선배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부드러운 선배가 되겠다. 칭찬을 많이 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후배들이 자신감을 얻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칭찬을 많이 해주겠다.
강민호와 손아섭이 나를 많이 무서워하는데, 나보다 더 큰 스타가 될 선수고, 뭐라고 한다고 해서 들을 나이도 아니다. 마음을 열면 따라올 거라고 믿는다. 부드러움을 강조하겠다.
-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했는데, 비교한다면.
△ 미국 야구는 투수들의 스피드가 워낙 빠르다. 2스트라이크 이후 변화구 승부가 거의 없었다. 기본이 155㎞, 160㎞다 보니 힘으로 누르는 투수가 많았다. 일본은 시속 150㎞에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가 많았다. 미국 야구보다 일본 야구가 더 어려웠다. 한국도 제구력이 좋고 변화구 많이 던지지만 스피드는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변화구를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성적이 날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인 것 같다. 연구를 많이 하고 준비해야 한다.
- WBC 대표팀에 합류한다. 그 전에 롯데 캠프에 합류하는 배경은.
△ 팀에 먼저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롯데에서 주장을 맡게 돼 팀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 김인식 감독에게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배려해준 만큼 몸을 더 잘 만드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 3년 전 WBC 때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번에는 어떤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나.
△ 대표팀 하다 보면 성적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대표팀에서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하지만 성적이 안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성적을 내려면 운도 좋아야 한다. 게임을 하다 보면 질 수도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팬들은 항상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국이나 일본은 대표팀을 즐기면서 하는데 우리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성적 안 나는 것에 대해 후배들에게 연연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성적보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해서 대회에 나갔다는 것에 칭찬해주고 손뼉 쳐줬으면 좋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