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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의 자아비판

등록일 2017-01-09 02:01 게재일 2017-0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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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지난 한해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고,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서 보내고`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 하였다. 그는 나름대로 인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했으나 능력이 따르지 못하여 죄송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의 이러한 표현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이를 두고 그 해석이 분분하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에서 수령의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며 신격화 되어 있다. 수령의 초상은 가정마다 가장 좋은 위치에 모셔지고 제사도 수령의 영정 앞에서 지내고 있다. 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은 태양절, 김정일의 생일 2월 16일도 광명성절로 기념되고 있다. 세상 천지에 최고 지도자의 생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는 나라는 군주제 국가 외에는 찾아 볼 수 없다. 북한 김일성, 김정일 수령의 동상 앞에는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꽃다발까지 바치고 있다. 북한에서 `수령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영생 슬로건까지 등장하여 수령은 이미 신앙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수령의 시신은 방부처리 되어 금수산 궁전에 안치되어 있다.

수령의 위대성은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사상 정치`라는 필수과목으로 교육된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 전문은 김일성 수령에 대해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 민족의 태양, 세계 정치의 원로`, 심지어 `영도 예술의 천재`로 극찬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수령은 사람 인체의 뇌수이며, 인간의 육체적 생명은 수령의 영도와 결합해야 완전한 사회·정치적 생명`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수령은 신으로 숭배되고 수령 지위는 세습되고 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후 김정은은 28세의 나이로 수령으로 승계되었다. 소위 백두 혈통 승계론 때문이다. 북한의 사회단체나 각종 조직에서 `생활 총화`는 수령의 교시를 기준으로 자아비판 시간을 갖는 것이다. 수령의 교시와 말씀은 `종자론`으로 둔갑하여 예술 창작 활동의 지침이 되고 있다. 김정은이 수시로 늙은 군 관료들을 대동하고 현지를 방문하고, 수행원들은 수령의 현장 교시를 적는 모습은 이를 잘 입증한다. 나아가 북한 당국은 당, 인민, 군대를 수령 결사 옹위 3대 기둥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 수령 절대 체제하에서 이번 신년사의 `자아비판`적 발언은 의외의 돌출인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마저 여러 갈래로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현실적 어려움을 담은 솔직한 `자아비판`이라는 해석에서부터 당과 체제를 다잡으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전 언론 매체가 김정은의 `핵 강국 건설`과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개발을 그의 정치적 위업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하튼 이번 김정은의 자아비판 발언은 종래의 `수령 무오류론`에는 근본적으로 배치되지만 수령 자신의 발언이기에 묻힐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김정은의 신년사의 `능력부족과 자책감`에 대한 발언은 북한식 이미지 정치의 일단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은 집권 6년차에 들어섰지만 그간 이렇다 할 공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동안 유엔 등 내외의 도전에 핵개발로 대응하면서 인민들의 생활은 개선시키지 못했다. 김정은 집권 후 일시 주춤하던 탈북 행렬은 지난해에도 1천500명이 넘었다. 그는 권력보위를 위해 그동안의 장성택 등 권력 측근을 여러 명 숙청하였다. 그러한 공포 정치만으로 주민들에게 `인자한 수령`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김정은의 이러한 자아비판은 초기 권력의 불안정을 극복하였다는 암시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뜻을 따르지 못하는 당 간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우리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리더십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선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데 희망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수령론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막혀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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