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시행사, 휨강도·PRI 기준 미달도 `통과` 감리 10여명 도장 보관

박동혁·이바름기자
등록일 2017-01-03 02:01 게재일 2017-01-03 1면
스크랩버튼
포항공항 활주로 부실공사 정황 `속속`<BR>감리단, 기준치 미달 보고 받고도 “그냥 제출하라”<BR>측정장비 손으로 고정해 테스트 성적 조작 주장도 <BR>발주처 국방시설본부, 관련서류 확인 등 조사 착수
▲ 2015년 5월 포항공항 활주로 재포장공사 현장에서 평탄성 테스트(PRI)가 진행되는 모습. 제보자는 `사진에 나온 흰색 안전모를 쓴 현장관계자가 손으로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r /><br /> /제보자 제공
▲ 2015년 5월 포항공항 활주로 재포장공사 현장에서 평탄성 테스트(PRI)가 진행되는 모습. 제보자는 `사진에 나온 흰색 안전모를 쓴 현장관계자가 손으로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제공

속보= 포항공항 활주로 불법·부실공사 의혹<본지 2016년 12월 29일자 1면 보도>이 제기된 가운데 공사 당시 현장에서 이뤄졌던 조작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입도시험과 관련된 문서 위·변조 뿐만 아니라 휨강도 테스트, 평탄성 테스트(PRI) 등에서도 시험성적이 조작됐으며,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제보자는 활주로가 부실하게 시공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공사인 영진종합건설㈜ 현장 근무자들이 감리단 측 관계자 10여명의 개인도장을 컴퓨터에 보관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불법적인 서류결재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포항공항 활주로 재포장 공사 당시 시공사 측 현장근무자였던 A씨에 따르면 활주로 포장은 지표면 위에 차단층, 배수층, 린 콘크리트, 기계콘크리트를 순서대로 덮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차단층을 깔아 수분, 이물질 등의 유입을 차단하고 차단층 위에 배수층을 깔아 오수 및 우수가 원활히 배출될 수 있도록 한다.

이어 린(Lean) 콘크리트를 깔아 활주로의 기초를 다진 후 마지막 단계인 기계콘크리트를 타설해 평탄성 테스트까지 진행하게 된다.

이같은 공정은 포항공항 활주로 재포장공사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A씨는 레미콘 타설 시 시료를 채취해 휨강도를 시험했다고 설명했다. 설계상의 지시를 문장·수치 등으로 나타낸 공사지침서인 `시방서`에 따르면 휨강도 기준치는 4.5MPa(메가파스칼)이다. 그런데 2015년 3월부터 9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진행된 휨강도 테스트에서 4.5MPa에 못 미치는 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다는 것.

A씨는 “(기준치에 못 미치는 테스트결과를) 감리단에 보고했지만, 감리단 측이 서류를 그대로 제출하라고 해 제출했다”며 “얼마 후 감리단장, 현장소장 입회 하에 대구의 한 대학교수가 현장을 방문했고 활주로 바닥을 뚫어 표본을 뽑는 `코어`채취를 하기에 전후 사정을 보고했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시정조치 없이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상적으로 휨강도는 기준치의 85%수준(약 3.8MPa)까지는 허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1~2회도 아닌 여러 차례에 걸쳐 기준치 미만의 결과가 나온 만큼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으나 묵살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기계콘크리트 타설이 완료된 후 진행된 PRI에서도 조작의혹은 이어지고 있다. PRI는 활주로 재포장 과정 중 가장 중요한 활주로의 평탄도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평탄성 측정장비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당시 테스트에 참여했던 A씨는 영진종합건설㈜이 맡은 1천233m 중 전체 5~6개 구간에서 기계콘크리트 두께가 기준치 29~37㎝ ±1㎝를 유지하는 결과가 나와야 했지만, 실제 테스트 과정에서는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은 지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테스트에서 측정장비를 직접 손으로 잡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결과를 조작했다고 실토했다. A씨는 “2015년 5월 한 차례 테스트를 한 후 같은해 9월 근무지를 옮겼는데 12월께 현장소장이 연락해 와 PRI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포항현장에 돌아와 이틀간 PRI를 실시했다”며 “두차례 모두 테스트를 조작해 서류를 작성한 후 제출했다”고 털어놨다.

감리단과의 유착관계 및 명의도용과 관련된 의혹도 제기됐다. A씨가 포항공항 현장에서 근무할 당시 소속회사로부터 전달받은 공사 관련 파일 중에서 감리단 관계자들의 개인도장 10여개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최근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도장파일을 무더기로 발견한 A씨는 시공사 측 직원들이 감리단 측 도장을 보관해두면서 서류결재 시 불법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시공사와 감리단 측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시 현장소장은 “몇몇 지점이 들쑥날쑥할 수는 있지만, 평탄성 테스트는 일정 구간에 대한 평균치로 그 값을 내는 것이고 현장에서 시험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작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감리를 맡은 한국건설관리공사 측은 이 상황에 대해 “만약 현장 감리단에서 도장을 소지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했다면 이는 충분히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향응 접대 의혹까지 있는 만큼, 내부적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발주처인 국방시설본부 경상시설단은 이번 의혹과 관련, 2일 A씨를 방문해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박동혁·이바름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