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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민수(君舟民水)` 정국의 참된 해법

등록일 2017-01-02 02:01 게재일 2017-01-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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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교수신문이 선정한 지난해를 상징하는 4자 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이다. 백성인 물이 화나면 군주인 배를 뒤집는다는 뜻이다.

지난 여러 달 동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흉흉하던 민심은 대통령을 국회에서 탄핵했다. 헌재의 최종 심판이 남아 있지만 박 대통령은 탄핵으로 파면될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

맹자도 일찍이 군주는 바람이고, 백성은 민초(民草)이니 군주의 덕치(德治)는 백성을 편하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탄핵은 이 나라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동안 백성들의 뜻과는 얼마나 멀어져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태이다. 민주화 이후 시대는 저만 큼 앞서 가는데 박대통령의 리더십은 아직도 과거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었다. 대통령은 지난 3년 반 동안 크고 작은 풍랑 앞에서도 과거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 소통부재의 리더십으로 일관했다. 과거의 공안 통치방식이나 비선조직에 의한 일방적 리더십은 권력의 일시적 안정은 누릴 수 있었지만 오래 갈수는 없었던 것이다. 비선실세인 최 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백일하에 드러나자 성난 민심은 군주의 배를 뒤집은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라는 배는 거센 풍랑 앞에서 침몰직전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물은 평시에는 조용해 보이지만 격랑이 일면 배를 뒤집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그동안 박 대통령 리더십은 여러 전조 현상을 통해 위기를 경고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국회 국무위원 인사 청문회의 채택여부와 상관없는 대통령의 오만한 인사 강행, 역사 교과서에 반대하는 다수 여론을 무시한 국정교과서의 집필, 노동 현장의 호소가 무시된 경제의 양극화 구도, 친박에 의한 파행적인 공천 과정,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자존심마저 짓밟은 정부의 졸속한 합의,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7시간의 국정 공백 사태, 예술인들의 창작의 자유를 말살한 블랙리스트는 성난 민심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다. 이번 탄핵사태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문제만이 아닌 그간의 누적된 불만이 초래한 비극이다. 대통령의 `나 홀로 리더십`은 벌써 고장 났는데 무리한 항해는 계속된 결과이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의 낡고 고집스런 리더십을 청와대가 추종하고 집권 여당이 방조해 초래된 예견된 비극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는 민심을 거역한 부당하고 오만한 정치권력에 대한 규탄만으로 끝날 수 없다. 민심을 외면하고 대통령의 눈치만 보던 집권 여당과 청와대에도 공동 책임이 있다. 이를 견제하지 못한 야당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아직 정치권은 각성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친박과 측근 세력, 난파선에서만 뛰어내려 공동 책임을 면하려는 비박 세력, 촛불 민심을 집권수단만으로 이용하려는 야권 세력, 개헌을 고리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권만 도모하려는 제 3세력의 자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득만 추구하려는 이러한 집단이기적 정치 세력은 또 다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이제 또다시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대한민국은 역사의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위대한 전통이 있다. 우리 국민은 역사의 고비마다 이를 잘 극복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탄핵 정국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대한민국호의 새로운 선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의 낡은 정치구조를 혁명적 수준으로 개혁해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새 대통령은 성난 촛불 민심을 수용할 수 있는 정직과 신뢰의 리더십이 전제돼야 한다. 최소한 권위주의적 독선적인 리더십은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선장의 민주적 리더십을 통해 흩어진 민심은 수습될 수 있을 것이다. 민초들은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적 격랑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준비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올 봄에는 우리 사회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새로운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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