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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리더십, 정신 분석학적 해석

등록일 2016-11-28 02:01 게재일 2016-1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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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프로이드는 인간 행위는 대체로 내면적 잠재의식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의 위기도 이러한 시각에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의 잠재의식의 저변에는 세 가지 심리적 기제가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영애 시절의 일상적인 대인 관계의 차단, 부모님이 총탄에 의해 희생된 트라우마, 정치인으로서 선친과 같은 큰 업적을 남기겠다는 중압감이다. 이러한 극적 경험과 잠재의식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정치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영애시절은 일상인의 삶과는 단절된 생활을 체험케 하였다. 학창시절도 친구와의 만남도 항상 경호원의 감시아래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인격형성에 중요한 친구와의 놀이 문화 과정이 단절된 것이다. 어릴 때 친구들과 고무줄 놀이하거나 친구 집에서 밤을 지새며 대화를 나누던 추억은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10세 이후 청와대 안에서의 생활은 동생 근령과 지만, 강아지가 전부였을 것이다. 그로인해 그는 보통 한국인으로서의 이웃과 어울리는 일반적 정서는 공유치 못한 것이다. 그가 홀로 설 수 있는 1974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유학마저 모친의 사망으로 단절되었다. 이러한 그의 생활토대는 위기 시에는 누군가 도와준다는 대망의식과 특권의식으로 내면화되었다. 결국 그의 이러한 삶의 궤적과 의식이 `나 홀로 리더십`의 배경이 된 것이다.

총탄에 의한 양친의 갑작스런 서거는 박 대통령의 심각한 트라우마이다. 더구나 부친의 부하에 의한 시해사건은 그의 일생에는 지워지지 않는 불신의 상처일 것이다. 부모를 잃고 좌절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그에게는 정신적 위로 자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그 공간을 파고든 것이 최태민과 최순실이며 이들은 그의 영적인 멘토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것이 대통령이 공적인 라인 보다는 사적인 통로를 중시하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그의 리더십이 권력 주변에 대한 강한 불신과 철저한 검증, 공안검사 출신을 권력 핵심으로 기용하는 배경이다. 대통령의 참모들과의 일상적인 독대를 기피하는 심리적 기제도 여기에 있다.

정치인으로서 박 대통령은 그의 `존경하는 부모님`을 롤 모델로 설정하였다. 그로인해 부모님과 같이 되고픈 욕망이 더욱 중압감으로 작용하였다. 그의 리더십에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 위기 대처 능력, 단호하고 강력한 리더십, 아군과 적을 확실히 구분하고, 반대자에 대한 철저한 응징은 선친의 리더십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는 대화나 타협보다는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여 상당한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으나 반대편으로부터는 독단적 독선적 리더십으로 비난 받았다. 이러한 리더십 앞에서는 소신 있는 참모는 배척당하기 마련이고 용비어찬가를 부르는 소수 측근만이 발호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위기 시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측근만이 대통령을 보위하고 집권당내의 비박은 대통령과 결별하는 탄핵대열에 참여하는 형국이 되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3중 복합의 리더십은 집권 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하였다. 청와대 200m 앞에서 외치는 시위대의 퇴진 함성에 대통령은 현재 어떤 심리 상태일까? 지지율 5%, 일촉즉발의 탄핵의 위기 앞에선 대통령의 심사는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됐나”라는 말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인간이 `충격적인 사태`에 직면한 심리 반응을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라는 5단계로 진전된다고 하였다. 박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 위기 사태를 `부정`하면서 `분노`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폭발적인 민심 앞에 어쩔 수 없어 사죄로 `타협`하면서 현재 심히 `우울`한 처지에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 사태를 어떻게 `수용`할지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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