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영농법인
빈부와 귀천이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고 풍성했던 한가위(추석)를 바란 것은 우리 선조의 마음이다. 한가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둥근 보름달”이라고 대답하면 힘든 시기를 겪어본 세대이고, 대형마트의 선물코너를 떠올리면 풍족한 시기에 태어난 세대이다.
이 모두를 아울러 추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색색깔의 풍성한 과일이다. 청과상회가 아닌 대형마트에서 과일을 사는 소비자들은 과연 이 과일(포도, 복숭아, 자두)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한 번쯤은 궁금증을 품어봤을 것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중·소형마트에서 만나는 이들 과일에는 경산의 한들영농법인(대표 김정웅)이 납품한 것도 포함 돼 있다. 2009년 농산물 이력추적제와 친환경농산물 인증으로 고객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경산지역의 포도와 복숭아, 자두를 전국적으로 납품하고 있는 한들영농법인에 대해 알아본다.
150여 농가로 구성, 친환경 농산물 생산·판매농산물 이력추적제 도입 생산과정 전면 공개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기업에 과일 납품
△농산물 이력추적제란?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추적할 수 있는 제도로 2004년 6월 농림부가 `친환경 육성사업과 농산물 안정성 확보 대책`을 마련하고, 식품·농산물 안전확보를 위해 농산물품질관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2005년부터 모든 농산물에 적용되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사용한 종자와 재배방법, 원산지, 농약사용량, 유통과정이 제품의 바코드에 기록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농산물 이력에 관한 정보는 별도의 정보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으로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과일을 대량 생산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농약의 사용량 표기와 재배방법을 꾸준한 기록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30~40%의 생산량 감소 등의 이유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만 취급하는 한들영농법인
현재 150여 명의 회원(농가)들로 구성되어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판매, 유통전문기업으로 정착한 한들영농법인은 김정웅 대표의 끈기와 열정으로 일구어진 법인이다.
자금의 출자 부담이 없는 법인으로 유명하며, 회원의 자격은 농산물 이력추적제를 도입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생산하면 된다.
먹거리(과일)를 생산하는 농민이 WTO·FTA 체제 아래서 홍수 출하로 가격이 내려가는 부담과 판로 걱정을 하지 않게 해주고, 친환경농산물이 안정적인 가격을 받게 하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생산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된 것이 한들영농법인이다.
`입업종덕(立業種德·사업을 일으켜 남에게 은덕이 될 일을 행함)`을 경영이념으로 김 대표는 지역의 농가에 농산물 이력추적제를 보급하기 시작해 2009년 이마트에 경산지역의 과일을 납품하고, 2015년에는 롯데마트에도 납품하기 시작해 성수기(6~10월)에는 하루 20~50t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한들영농법인의 출발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친환경농업의 특성상 초기 3년 정도는 정착에 어려움이 있고 많은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호응하는 농가를 찾기 어려웠지만, 지속적으로 “친환경농업만이 앞으로의 살 길”이라는 신념으로 농가를 설득하고 관련 교육에 참여시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깐깐한 이마트의 납품권을 따냈다.
이마트는 엄격한 농약잔류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한들영농법인은 GAP(농산물 우수관리인증서)를 획득하고, 생산에서부터 포장·유통까지 깐깐하게 챙기며 자체적인 농약속성검사기로 검사를 강화했다.
또 날마다 당도 체크와 잔류농약 체크를 하고 있어 웬만큼 깐깐한 주부들이라도 한들영농법인의 마크가 찍힌 농산물은 신뢰하고 있다.
이런 믿음이 있었으니 롯데마트로의 납품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포장지 비용과 수수료, 운임 등을 한들영농법인이 부담하고 있어 회원들은 오로지 먹음직스러운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만 주력하면 된다. 이런 까닭에 회원 가입을 희망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사회적인 약자를 돕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들영농법인은 2014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적십자회원유공장 은장을 받기도 했다. 한들영농법인은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저탄소 농산물` 생산을 회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저탄소 농산물은 저탄소 농업기술을 적용해 농축산물 생산 전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 및 농자재 투입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농산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마트는 2015년 저탄소 인증 농산물의 매출규모를 2014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렸다.
믿고 함께한 농가 소득 증가
`친환경농업 메카 경산` 기대
-한들영농법인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했고, 친환경농업을 추구하는 농가가 영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모델인 영농법인으로 생산농가와 소비자가 다 같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농가가 친환경 농산물을 정직하게 생산해도 유통과정에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안타까웠다.
-한들영농법인을 알린 `농산물 이력추적제` 도입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농산물 이력추적은 말 그대로 손이 많이 가는 일이고 친환경농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수확량의 감소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줄기차게 농가를 설득하고 교육에 초대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믿고 따라 준 농가의 소득이 높아지자 이러한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되었다.
-2010년 `미래선도 혁신 한국인`으로 선정되었는데.
농산물 이력추적제를 도입해 입점이 까다로운 이마트 협력업체가 되고, 철저한 검사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해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 식품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자 덩달아 따라온 것이 미래선도 혁신 한국인 선정이었다.
-회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재배하려면 땅의 힘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는 것이다. 땅이 좋아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그러한 농산물이 우리 몸에도 좋다. 이제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저탄소 농산물도 생산하는 농가로 발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경산이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경산시도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농법의 개발과 농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