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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한국 여자 선수들

등록일 2016-07-28 02:01 게재일 2016-07-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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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1998년 도저히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만 20세의 박세리가 미국 LPGA(미국 여자 골프 프로대회) 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시 골프, 테니스, 수영 등은 서구권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경기로 도저히 우리에게는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스포츠였다. 박세리 우승 이후 골프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의 활약은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LPGA는 한국선수들이 판도를 흔들고 있다.

세계 랭킹 10위안에 항상 3~4명이 포진하고 한국계 선수까지 합하면 반을 넘는 것이 흔하며 현재 세계랭킹 1위는 한국계선수 리디아고(한국명 고보경, 뉴질랜드 국적)이다. 세계 100위 안의 30%가 한국(계) 선수이다.

여자 골프는 일본과 비교하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일본 리그인 JLPGA는 선수도 많고 상금도 많아서 한국선수들 다수가 진출할 정도로 인기인데, 일본은 이제 한국을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일 국가대항전도 한국의 연승으로 이제 그 대회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일본의 골프장 숫자는 한국의 10배가 넘고 당연히 인구가 많은 일본은 골프인구도 우리보다 훨씬 많고 프로골프대회도 상금도 더 많고 활성화 되어 있다. 그런데 왜 한국여자 골프는 일본보다 그토록 강한가?

이와 반대가 되는 예가 테니스에 있다.

과거 전미라라는 테니스 선수가 있었다.

전미라 선수는 1994년 16세의 나이로 윔블던 주니어(18세부)에서 준우승을 한 선수였다. 이는 한국 테니스 사상 불멸의 금자탑을 세운 역사였다.

그러나, 전미라의 행진은 거기까지였다. 프로로서 세계 100위안에도 들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당시 결승에서 맞붙었던 스위스의 힝기스는 그 후 바로 프로로 전향, 수많은 프로 대회에 참가하여 경쟁력을 쌓았고 세계 1위가 되었다.

힝기스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유명클럽 등지에서 다양한 상대와 훈련하며 야생의 싸움닭으로 성장한 반면, 전미라는 당시 계속 주니어 대회를 맴돌고 한 명의 코치와 지루하게 공을 치고 연습하면서 점점 힘 없는 집닭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게 어려운 윔블던 주니어 대회의 준우승에 빛나는 전미라가 왜 성공할 수 없었나? 전문가들은 주니어 경기에 대한 집착과 훈련 방식을 꼽고 있다. 한 명의 코치와 연습하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졌다고 전미라는 회고하였다.

테니스나 기록 경기가 아닌 상대적 경기를 하는 스포츠 종목은 고립 상태에서 절대 실력이 늘지 않는다. 다양한 상대와 연습해야만 실력이 늘 수 있다.

테니스의 실패와 여자 골프의 성공은 그 원인이 같은 맥락에 있다.

한국 여자 골프는 전 세계에서 훈련한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 주니어들이 나가 있고 국가대항전 호주 대표의 반은 한국계선수이고 이번 미국 주니어 선수권 남녀를 모두 한국(계)선수들이 휩쓸었다.

반면 일본은 JLPGA에 갇혀서 일본 국내에서만 경기를 하는 선수들로 가득차 있다.

결국 들판에서 야생마로 키워지고 있는 한국이 더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외교, 경제, 사회, 과학, 산업 모든 분야가 테니스의 실패와 골프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 우리의 테두리 안에 갇혀서 우리만의 세계를 구축해서는 경쟁력을 얻을 수 없다. 글로벌이라고 하는 세계 무대로 나아가 야생의 들판에서 경쟁해야만 한다.

산업에서는 성공도 했다. 한때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숨겨야 했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 시장이라는 들판에서 싸우면서 브랜드를 키웠다.

그러나 노벨상 부재로 자책되는 과학,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고전하는 외교, 만족감 OECD 최하위라는 사회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는 여자 골프의 약진으로부터 야생처럼 경쟁하여 살아남는 글로벌 경쟁력을 배워야 한다. 실패는 그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때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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