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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궁화동산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7-27 02:01 게재일 2016-07-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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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때 한 교육자가 친구들과 앉아 이런 말을 했다. “일본 사쿠라는 확 피었다가 확 지지만, 우리 무궁화는 석달 열흘 꾸준히 피고 진다. 그래서 무궁화다. 두고 봐라. 누가 오래 남나” 이 말을 한 밀정이 듣고 일본 관헌에 일렀다. 무궁화 탄압의 도화선이다. 전국의 무궁화를 모두 베어내어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험담을 퍼트렸다.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나는데 3번 침을 뱉으면 된다. 이런 꽃은 쓰레기나 퇴비더미 곁에나 심어라. 진딧물 많은 꽃이라 항상 지저분하다. 무궁화를 심었던 곳에 사쿠라를 심어라”

고운 최치원 선생이 중국에 보낸 국서에 “우리 근화지향(槿花之鄕)은…”이란 귀절이 나온다. `槿`자는 무궁화 근이다. 신라때부터 무궁화는 나라의 상징이었다는 말이다. 화심이 붉은 색이어서 `일편단심`의 꽃이고, 그래서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했다. 무궁화는 코스모스와 함께 글로벌꽃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다 있다. 남태평양의 섬들에서 피는 무궁화는 크기가 상당한데 외지 관광객들이 올때 목에 걸어주는 `환영의 화환`으로 쓰인다. 적응력이 강해서 많은 개량종이 만들어지는데, 한국의 경제영토가 날로 진화되는 것과 흡사하다.

2002년 일본에 `무궁화 동산`이 조성됐다. 거제도 출신의 재일동포 사업가 윤병도 회장이 사이타마현에 있던 자신의 산 한 모퉁이를 밀어서 세계 최대의 무궁화공원을 만들었다. 2010년에 윤 회장이 별세한 후 부인 이토 하쓰에씨와 자녀들이 고인의 뜻을 잘 받들어 관리해오고 있는데, 연간 2억10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가고, 너무 넓어서 가족들이 감당하기 버겁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산림조합중앙회가 지원에 나섰다. 공원에 팔각정자 `丹心亭`을 지어 기증하고, 여름에는 `무궁화축제`를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 무궁화 탄압기와 비교하면 실로 금석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포항 기청산식물원에서 지금 무궁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통일이 되면 나라꽃으로 지정될 꽃. 한 조각 붉은 마음(丹心)을 가진 절의의 꽃. 폭염도 꿋꿋이 견디는 우리 민족성의 표상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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