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최치원 선생이 중국에 보낸 국서에 “우리 근화지향(槿花之鄕)은…”이란 귀절이 나온다. `槿`자는 무궁화 근이다. 신라때부터 무궁화는 나라의 상징이었다는 말이다. 화심이 붉은 색이어서 `일편단심`의 꽃이고, 그래서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했다. 무궁화는 코스모스와 함께 글로벌꽃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 다 있다. 남태평양의 섬들에서 피는 무궁화는 크기가 상당한데 외지 관광객들이 올때 목에 걸어주는 `환영의 화환`으로 쓰인다. 적응력이 강해서 많은 개량종이 만들어지는데, 한국의 경제영토가 날로 진화되는 것과 흡사하다.
2002년 일본에 `무궁화 동산`이 조성됐다. 거제도 출신의 재일동포 사업가 윤병도 회장이 사이타마현에 있던 자신의 산 한 모퉁이를 밀어서 세계 최대의 무궁화공원을 만들었다. 2010년에 윤 회장이 별세한 후 부인 이토 하쓰에씨와 자녀들이 고인의 뜻을 잘 받들어 관리해오고 있는데, 연간 2억10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가고, 너무 넓어서 가족들이 감당하기 버겁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산림조합중앙회가 지원에 나섰다. 공원에 팔각정자 `丹心亭`을 지어 기증하고, 여름에는 `무궁화축제`를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 무궁화 탄압기와 비교하면 실로 금석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포항 기청산식물원에서 지금 무궁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통일이 되면 나라꽃으로 지정될 꽃. 한 조각 붉은 마음(丹心)을 가진 절의의 꽃. 폭염도 꿋꿋이 견디는 우리 민족성의 표상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