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친구`는 오뉴월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 같은 존재이고 아무 이해관계 없는 그저 순수한 정을 나누는 인연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친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득을 서로 주고받는 사이, 내게 보탬이 되지 않으면 아예 사귀지 않고 끌어주고 밀어주며 출세길에 동행할 친구들만 가진 이도 많다. 천성관 변호사는 과거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재벌 2·3세 친구를 너무 많이 두었다. 건설업자로부터 15억원을 빌렸고, 업자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녔고, 업자가 빌려준 고급승용차를 탔다. 청문회에서 몰매를 맞은 그는 결국 낙마하고 변호사가 됐다.
진경준 검사장은 각계각층에 많은 친구를 두었다. 기업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120억원의 주식대박을 터뜨렸고,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호로 승승장구했다. 이들 3명은 서울법대 동문이고, 이른바 `우병우 사단`의 일원이다. 진 검사장은 또 대기업의 탈세를 덮어주는 조건으로 처남 명의로 된 청소용역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게 했다. 그의 능수능란한 술수도 출세길에 한 몫을 했으니, 김대중·노무현정권때는 본적을 `전남 목포`로 했다가 이명박정권 이후에는 `서울`로 기재했다. 그는 평검사시절 사무실 컴퓨터로 주식거래를 하다가 적발됐지만 징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요직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오늘날 그 `영양가 있는 친구`들이 오히려 재앙이 되었다. 혼자 외롭게 묵묵히 일만 했더라면 쇠고랑 차는 일도 인생 종치는 패가망신도 없었을 것인데….
/서동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