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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기상대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7-18 02:01 게재일 2016-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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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에/날아온 엽서같은//마당으로 뛰어든 청개구리 한 마리//마음속 고요를 열고/첨벙 운(韻)을 던지네//들어도 또 들어도/늘 그리운 파문으로//뼛속까지 저려오는 일획의 전언(傳言)처럼//무심의 이마를 치는/저 서늘한 여름 무늬” 올해 80이 되는 노시인 김종목의 시 `개구리 소리`다.

이 청개구리는 `말 안 듣는 청개구리`가 아니라, `모처럼 날아온 가상통보`이거나 `여름 운자를 던지는` 시심이다.

청개구리를 두고 “제일 작은 것이 제일 큰 소리로 우는 녀석”이라 하는데, 그것은 오해다. 수컷들은 소리를 질러 암컷을 부르는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작은 청개구리들은 큰 개구리들 뒤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암컷이 다가오면 잽싸게 먼저 뛰어나가 신부감을 낚아챈다. `힘` 없는 청개구리는 `꾀`로 혼인에 성공한다. “힘 쓰기보다 꾀 쓰기가 낫다” 속담도 있고, `거꾸로만 하는 청개구리` 라는 동화가 나온 연유가 여기에 있다.

개구리는 항상 몸이 축축히 젖어 있어야 힘이 난다. 그래서 습도가 높을 때나 비가 내릴 때를 `허니문 데이`로 잡아 울기 시작한다. 밤은 낮보다 습도가 높으니 `어스름 달밤에 개구리 울음소리`란 민요가 나왔다.

논에 물을 가득 채우는 모내기철에 유난히 개구리소리가 자지러지는 것도 `개구리 집단 결혼식`을 치르기 딱 좋은 길일(吉日)이기 때문이다. 개구리들은 따로따로 우는 것보다 모여서 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혜도 터득하고 있다. 소리를 모아야 멀리 있는 암컷의 귀에도 잘 들리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기상청`도 없고 슈퍼컴퓨터도 없는 시절을 살았지만, 개구리울음소리 덕분에 비 올때를 잘 알았다. 비가 내릴 조짐이 보이면 개구리는 동물적 감각으로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 구애의 울음을 울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비가 오겠군. 씨를 뿌려야겠다” 영농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요즘 기상예보가 잘 안 맞는다. 때로는 거꾸로 가는 통에 “기상예보가 아니라 기상 중계”란 비난도 받고, “청개구리 기상대를 많이 조성하자”란 대안이 나오기도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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