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35대 경덕왕 시절 충담사가 지은 `안민가` 속에 임금은 아버지요, 신하는 어머니요, 백성은 자식이라 했다. 백성을 자식처럼 아끼면 나라가 편안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이념은 실현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헌법에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했지만, 그것은 `선언적 의미` 일뿐 국민은 여전히 개·돼지다. 행정고시라는 과거시험에 붙어서 교육부 고위관리가 된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술김에 한 실언이고 인용된 말”이라 둘러대지만, `취중진담`이다. 평소 마음에 있던 말이 술김에 튀어나왔다. 그는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관리는 양반으로, 백성은 천민으로 고정시키자는 것이다.
일본인이 가장 잘하는 욕설이 “바카야로!”. `소나 들노루 같은 놈`이란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하는 욕설이 “이 개 돼지 같은 놈!”이다. 인도의 `불가촉천민`이나 백인사회의 `니그로` 처럼 `인간 취급해 주지 않아도 좋은 짐승같은 존재`란 말이다. 우리 고대사에 한때는 짐승이 존중받는 토템사회가 있기는 했다. 관청이름을 `개부` `돼지부` `소부` `곰부` 로 붙였고, 12지신상은 수호신으로 존중받았다. 고조선시대 이야기인데, 지금은 그만 욕설의 재료가 돼버렸다.
소설가 조정래씨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국민의 99%가 개나 돼지라면 그들이 내는 세금을 받아먹고 사는 그는 기생충이나 진딧물”이라 했다. 고등고시를 거친 고급공무원들이 대체로 이런 `양반의식`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따위 `21세기 과거제도`를 이제 없앨 때가 됐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