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캄보디아를 대학살의 광풍 속으로 몰아넣은 미친 공산주의자 폴 포트의 행악을 폭로해 세상을 경악시킨 YTN기자 시드니 샌버크가 82세의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떴다. 그가 쓴 `디트 프란의 생과 사;한 캄보디아인의 이야기`는 1980년 영화 `킬링필드`로 각색됐다.
디트 프란은 그의 영어통역관이었다. 프랑스에서 원시공산주의를 배운 폴 포트는 이를 캄보디아에 실현시키겠다며, 자국 국민의 4분의 1인 200만명을 죽였다. 외국어를 아는 사람이나 자기 이름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지식인`이라며 처형했다. 토마토 한 포기라도 심는 자는 `사유재산을 가진 자본주의자`라며 고문했다.
프놈펜 시내에 `뚜어슬랭 학살박물관`이 있다. 학교를 개조해 비밀감옥으로 만들고, 교사·기업인·의사·예술인·체육인 등 2만여명을 `공산주의 건설의 장애물`이라는 이유로 참혹하게 살해한 건물이다. 방안에는 고문용 침대와 물고문 도구, 낡은 철조망과 족쇄가 처절한 비명소리를 머금은 채 남아 있다. 여기서 15㎞쯤 떨어진 충에크에 `해골을 쌓아올린 위령탑`이 있다. 집단학살 매장지인데, 유골을 캐내어 탑을 지은 것이다. 이 나라에는 야자나무가 많은데, 그 잎줄기에는 견고한 톱날이 달려 있다. 크메르 루즈는 이 날카로운 톱날로 사람의 목을 썰어 죽였다.
철 없는 10대들을 `순수한 영혼들`이라 부추겨 `도살자`로 만들었다. 중국 모택동의 홍위병이나 일본의 적군파와 같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정의의 전사들`이라 생각했고, 자부심을 느낄 뿐 아무 죄의식도 갖지 못했다. 캄보디아는 이 재앙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서 지금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관광객 수가 매년 6%씩 증가한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와 함께 학살박물관과 해골탑 등은 “인간은 얼마나 잔인한가”를 증명해준다. 일본 군인들의 극단적 잔인성을 증명하는 중국 `난징 대학살 박물관`, 서울 서대문형무소의 `독립운동가 고문·살해현장` 등이 모두 `킬링필드의 역사`를 입증하며, 그 `죄인`들을 단죄하는 `역사의 심판대`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