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 경주까지 올라와<BR>안동에선 `파파야` 재배<BR>대구 `능금` 명성 사라져
#사례1 = 내륙 깊숙한 안동에 열대작물 `파파야`가 무럭무럭 자라는 농장이 있다. 황순곤(54·안동시 와룡면)씨는 노지(地)에서, 겨울엔 1천여㎡(3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파파야를 재배하고 있다. 2010년 초기 그는 약 3천㎡(1천평)의 노지에 열대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파파야 외에도 바나나, 망고, 용과(선인장 열매) 등 취급하는 열대작물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나 된다. 황씨가 열대작물을 택한 이유는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이었다. 겨울철엔 지열(地熱)을 이용해 난방효율을 높여 사계절 재배가 가능하게 했다.
지난 4월 27일 제주도 서귀포산업고등학교 농업 관련 교사와 학생 95명이 황씨의 농장을 찾았다. 겨울철이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내륙에서도 열대 과일 재배가 가능한지, 시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례2 = 제주도 과일로만 인식돼 온 한라봉이 경주까지 올라와 `신라봉`으로 이름을 변신했다. 이상환(63·경주시 천북면)씨는 2010년 초 경북지역 최초로 한라봉 시험재배를 시도했다. 2013년부터 `신라봉` 브랜드로 출하를 시작해 연간 5천여만원의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수익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져 작년까지 재배하던 토마토 농사를 접은 이씨는 8천200여㎡(2천500평) 농장에 묘목 600여주를 추가로 심었다. 경주지역에는 이씨 외에도 13개 농가가 5만여㎡에서 재배하고 있다. 특히, 경주 신라봉은 기존의 유류난방이 아닌 지하수를 이용한 수막재배로 타지역에 비해 적은 경영비로 경쟁력이 있다. 15브릭스 이상의 높은 당도와 향이 좋아 경제적 가치도 뛰어나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과수 재배지역이 급변하고 있다. 사과의 경우 1930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국내 최대 주산지였던 대구 `능금`의 명성은 옛말이 됐다. 현재 안동·문경·영주·예천·청송 등 일교차가 큰 경북 북부지역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경북 북부지역 사과의 명성도 그리 멀지 않은 30여년 후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9일 ㈔경북세계농업포럼이 주관한 `기후변화에 대응한 경북 대체 과수 육성방안 심포지엄`에 따르면 경북지역의 기존 과수 재배 면적이 급감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2010년 기준 제주 한라봉은 충주나 경주로, 강황은 진도에서 파주로, 멜론은 곡성에서 양구, 녹차는 보성에서 고성까지 올라갔다. 경산 포도는 강원도 영월, 청도 복숭아는 춘천까지 재배 지역이 더 북상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세계 평균 기온상승치보다 두 배가 넘는 1.8℃가 올랐다. 이 같은 추세면 2050년 우리나라 기온은 현재보다 3.2℃ 상승하고, 강수량도 16% 증가한다. 대부분 지역에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면서 여름은 19일 길어지거나 5개월 이상 지속하고, 겨울은 27일이나 짧아진다.
아열대성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과수는 `경북 사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지방의 작년 평균 기온은 13.5℃, 재배 적정 온도를 2도 이상 웃돌았다. 2010년대 기준 33만8천713㏊의 경북 사과 재배 면적은 2050년대에 접어들면 9만6천232㏊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사과·포도·자두·복숭아·감 등 국내 50~60%이상 과수 시장을 차지하는 비중은 경북이 절대적이다. 이대로라면 2014년 기준 사과 생산량 전국 1위(62%)를 차지했던 경북은 점차 타지역에 1위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면 경북지역 아열대 과일 생산은 급증하고 있다. 작년 기준 경북도 전체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의 1위는 블루베리가 300㏊로 가장 넓었다. 2008년 45.7㏊와 비해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어 아로니아 196.6㏊, 체리 79.8㏊, 패션 프루트 27.9㏊ 등의 순이다.
손재근 세계농업포럼 이사장은 “이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남한 최북단 비무장지대(DMZ) 인근이나 강원도 일부 지역이 전국 사과 주산지가 될 것”이라며 “국내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포도나 자두, 복숭아 재배적합 지역도 빠르게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해 아열대 과수가 자연스레 메우고 있다” 고 말했다.
경북도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 과일 증가와 변화된 기후에 맞는 과수 품종개발 등에 148억원에 이어 올해도 25억원을 투입한다.
안동/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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