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체제 … TK정치 길을 묻다
10년간의 호남정권에 이어 다시 정권을 되찾아왔지만 4·13총선에서 여당이 야당에 참패하면서 정권재창출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3당체제와 여소야대란 정치환경에서 우리 정치사를 주도해온 대구·경북(TK) 정치권은 어떤 정치를 펼쳐야할까. 개헌론, TK정치력 복원, 당·청관계 등 정치현안에 대해 대구·경북 3선이상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개헌론여야, 개헌은 필요…시기·범위는 이견
4년중임 논의해볼만…내각제 시기상조
박근혜 정부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정치권에서는 청와대나 박 대통령이 개헌에 부정적이란 걸 의식한 듯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헌시기나 내용에 대해서는 제각각 다른 의견들을 내놓았다.
당 지도부에 해당하는 정책위의장을 맡은 김광림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제 추진은 너무 어렵고, 생각해야할 게 많다”면서 “개헌 이슈가 진행되면 다른 모든 이슈가 함몰되는 만큼 시기가 중요한 데, 그게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개헌 실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풀이됐다.
친박계인 이철우 의원과 조원진 의원도 개헌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지방분권을 내용으로 개헌해서 권력분권을 해야하며, 순수내각제는 통일될 때 까지는 어렵다”면서 “외교안보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맡는 이원집정부제로 가야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이 있다”면서 “다만 4년 중임제는 몰라도 선거구제도 등에 대한 부분은 좀더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일부 이견을 내놨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강석호 의원은 개헌에 적극 찬성했다. 강 의원은 “당연히 개헌해야 한다”면서 “개헌론에 의해 노동개혁 등 시급한 정치현안들이 모조리 빨려들어가는 블랙홀현상을 우려하는 측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영영 개헌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개헌 시기상조론`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4년 중임제는 논의해볼만 하지만 의원내각제는 다소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며 “이는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늦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괄복당 결정으로 복당한 유승민 의원이나 복당을 앞둔 주호영 의원도 개헌에 적극 찬성하면서 개헌내용은 폭넓게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 의원은 최근`4년 중임제` 개헌 지지 의사와 함께 “30년 만에 시도하는 개헌인 만큼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기본권, 국가 거버넌스, 경제 등을 포함하는 전면적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의원도 “개헌문제는 정권 초기에는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권력누수가 생긴다고 꺼리고, 정권 말기에는 정권 잡은 사람들이 바꿀려고 해도 새로운 대권주자들이 반대해서 늘 답보상태에 있다”고 지적한 뒤 “이제는 한번 (헌법을) 손봐야 하고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 개헌논의가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이 아니라 87체제 이후 엄청나게 바뀐 시대상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심도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정치1번지인 수성갑에서 야당인 더민주당 교두보를 확보한 김부겸 의원도 개헌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 의원은 “정치제도 자체가 대한민국 현실과 간격이 생겨 안맞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만큼 지금부터 논의해 내년 대선후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앙권력이 너무 비대해 지방이 다 죽어간다”면서 “지방분권 문제라든가 남북관계 등을 포괄해서 세심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TK중진 의원들 가운데 새누리당 친박계나 비박계 의원은 물론 야당 의원까지도 모두 개헌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개헌시기가 합당하냐, 또는 4년중임제나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와 그 이외 미비한 부분들을 일괄적으로 손을 보는 일괄개헌이냐, 아니면 권력구조에 국한한 원포인트 개헌이냐 등에 대한 견해는 엇갈리는 상황이다. 과연 20대 국회내에 개헌이 실현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TK 정권재창출 및 정치력 복원 해법친박패권주의 등 계파갈등 해소 필수
뼈를 깎는 자성 통한 신뢰회복만이 살 길
4·13총선에서 친박계와 비박계의 계파갈등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모양새가 돼 정치력을 잃은 TK정치권이 향후 전대과정에서나 당 운영에서 어떻게 정치력을 복원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이 문자 그대로 환골탈태,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국민속으로, 청년속으로, 민생속으로, 일자리속으로 들어가서 실사구시적으로 이뤄내면서 돌아섰던 민심을 차곡차곡 회복해 나가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조원진 의원은 새누리당내 TK 정치권의 가볍지 않은 위상을 언급한 뒤 “대구 경북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TK정치권은) 총선 패배 후 자숙하는 분위기였을 뿐”이라고 향후 TK정치권의 주도적인 역할을 자신했다.
전반기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은 이철우 의원은 “우리(TK)가 당의 심장부요 중심인데, 물갈이가 자주 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당대표나 국회직 중심에 서지 못하고 변방으로 밀려나는 꼴이 됐다”면서 “TK정치권이 자성하고 노력해서 다선의원을 많이 배출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석호 의원은 TK 정치력 복원을 위해서는 계파갈등 해소가 중요하다는 해답을 내놨다. 그는“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쓰는 것이 계파갈등을 없애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인사가 만사란 말처럼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등용해 측근에 두고 쓴다면 저절로 반목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은 “대구·경북이 대구·경북만 외쳐서는 점점 고립될 수 밖에 없다”며 “열린 마음으로 국가 전체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TK출신 정치인이 공정하고 훌륭한 지도자라는 인식이 들 때 TK 정치력이 복원될 수 있으며, TK 정치권 전체는 단결하되 지역 이익만 챙기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최종호 정치평론가는 “대구를 새누리와 동일시하는 게 문제”라며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제는 시대정신을 담은 올바른 보수,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을 고민하는 정치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친박 패권주의를 통해 정권 재창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에 관심을 갖는 TK 정치인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청관계수직적 당·청관계 국민지지 못받아
`불통 청와대`에 민의전달 제대로 해야
여소야대와 3당 체제로 특징지어지는 20대 국회에서 당청관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다.
TK 중진의원들 역시 과거 정부나 청와대가 주도해온 당청관계를 당 주도적인 관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이 많았지만 강도는 제각각이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옛날 당청관계는 정부에서 논의해온 것을 당에서 추인하는 게 보통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앞으로 당청관계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지금은 우리가 직접 국민생활 현장에 가고,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얼마전에도 보육현장에 가서 토론회를 갖고, 현장에서 정부측 대책을 촉구했다”며 벌써부터 정부가 앞장서던 당정협의를 당이 주도적으로 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철우 의원 역시 당청관계에 대한 기조는 “우리가 만든 대통령의 성공을 도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가 잘못하는 것은 과감히 질책하고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이 정부를 따라다니고 도와주기만 해서는 안되며, 정책을 선도하고 정부가 잘못하는 것을 질책하고 고쳐나가야 윈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정부도 성공하고, 당도 성공한다고 믿는다. 특히 이 의원은 민원이 많은 정책은 정부나 청와대보다는 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사례로 맞춤형 어린이집의 경우를 들며 “정책내용은 맞지만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니까 불만도 많고 시위까지 벌어진다”며 “이런 것도 민심을 아는 당이 정책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조원진 의원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조 의원은 “당청관계 변화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만 전제는 박근혜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당도 역할을 충분히 해야한다는 것”이라면서 “임기 말이라고 해서 개혁을 늦춰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새누리당도 정권창출에 나설수 있다는 논리다.
주호영 의원은 수직적 당청관계에 적지않은 불만을 토로했다. 주 의원은 “당청관계가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관계일 때에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서 “권력은 민심과 이반되기 쉽고 유리되기 쉽기 때문에 민심에 가장 가까이 있는 당이 수평적 관계로 청와대와 소통하고 협력할 때만이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번 총선에도 문제가 드러났는데 아직 고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식전환이 없으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TK 중진의원들이 정의하는 당·청관계는 공통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 듯 했다.
이는 야당 중진인 김부겸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김 의원은 “정권 후반기인 만큼 청와대도 여당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지만 국민들의 회초리를 맞고 국민편에서 정책을 끌어나가는 것은 당의 역할”이라면서 “(청와대가) 여당이 정치할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과 직접 대면하는 당이 `불통`으로 정의되는 현재의 청와대에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이를 반영한 정책들을 펼쳐나갈 때 비로소 올바른 당청관계가 정립됐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