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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눌 누군가를 찾아가는 이야기”

연합뉴스
등록일 2016-06-15 02:01 게재일 2016-06-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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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영화 `굿바이 싱글` 주연<BR>“코미디 영화에 최적화된 캐릭터”

올해로 연기 경력 30년이 된 배우 김혜수는 인터뷰에서도 연륜이 묻어났다. 어떤 질문에도 주저 없이 되돌아오는 답변에서 진정성과 깊이가 느껴졌다.

김혜수는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굿바이 싱글`과 30년 연기 인생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못 말리는 사고뭉치인 왕년의 톱스타 고주연 역을 연기했다. 자신을 버린 연하남에게 복수하려고 가짜로 임신했다고 세상에 공표한다.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선 쉬운 점. 자신이 자기 직업을 연기하니 누구보다 그 배역을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촬영 전 감독과의 회의에서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이 낫지 않나 제안을 많이 했다”고 한다.

평소 애드립을 잘 하지 않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종종 애드립을 선보이기도 했다.

어려운 점은 관객이 배우 김혜수와 배역 고주연을 혼동할 수 있다는 부분.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런 혼란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대중이 김혜수가 김혜수를 연기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래서 “출발 지점부터 김혜수가 아닌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외양적으로 매력적이지만 한없이 철이 없는 고주연이라는 캐릭터다.

김혜수는 주연을 두고 “코미디 영화에 아주 최적화된 캐릭터”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주연을 연기하면서 캐릭터가 아닌 인간이 보여질 수 있게 연기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캐릭터가 작위적이든 아니든 인간이 보여지지 않으면 관객이 공감할 수 없고 그만큼 개연성이 떨어진다”며 “인간이 영화 안에서 어떻게 변하고 성장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파멸하는지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올해로 연기 경력이 30년을 맞는다.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기간 연기생활에 매진하면서 그가 정의내린 배우는 “작품이 요구하는 바를 어쨌든 해내는 직업”이었다. 배우가 영화와 관객을 만나게 하는 접점이라는 차원에서다.

“스크린 밖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여럿 있지만 스크린으로 관객과 대면하는 사람은 배우다. 결국 배우를 통해 다 표현돼야 한다. 미장센도 있고, 촬영도 있고, 편집도 있지만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고 보는 것은 배우다.”

그는 그러면서 “모두가 힘을 합쳐 배우를 통해 최대치를 발현하면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지만 최대치를 끌어내도 관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해서 수상 경력이 화려하지만 그가 배우로서 크게 평가받은 것은 `타짜`(2006)의 정마담 역할로서다. 이 역할로 청룡영화상과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사실 제가 부족한데 그때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연기가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크게 느꼈다”며 그 이후로 “어느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을 여지를 둘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아역배우로서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릴 때 일찍 어른들이 하는 특수사회에 영입됐는데, 저의 청소년기가 결핍과 한쪽으로의 과잉으로 양극화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알았다면 안 했어야 옳을 수도 있다. 인간 김혜수를 생각하면. 그런 것에서 오는 결핍을 본인이 채워나가야 하지만 공백감이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제 직업이 과잉과 결핍에서 발버둥치는 직업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나이 들어가는 모습도 연기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춘 배우가 됐다. 앞으로 30년 후 그의 모습은 어떨까. 김혜수는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30년 전에 제가 이럴 것이라고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20년 전, 10년 전에도 제가 계속 연기할지 몰랐다. 연기를 하더라도 이런 상태로 이렇게 할지 몰랐다. 앞으로도 모를 것 같다.”

그러면서도 “시련을 자연스럽게 잘 받아들이고, 좋은 것은 잘 숙성시켜 내 것으로 녹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가급적 무리 없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찾은 형태가 코미디라는 장르”라면서 결국은 “마음을 나누는 누군가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굿바이 싱글`이라는 영화를 압축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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