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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현상

등록일 2016-05-27 02:01 게재일 2016-05-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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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래수필가·시인
담배를 끊은 지 몇 달이 지나도록 흡연욕구가 가시지를 않는다. 오랜 세월 담배연기에 절고 찌든 체질을 원상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터이니 금연의 괴로움을 아주 떼어놓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은 물론 중독성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흡연을 하게 되면 니코틴에 만성중독이 되고, 그것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사용량을 급격히 줄이면 금단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지속적으로 음용하던 물질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줄일 경우 발생하는 생리적이나 심리적 반응을 금단현상이라고 하는데, 술이나 담배와 같은 기호품이나 각종 향정신성 약물들을 끊었을 때 금단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중독성 때문이다.

정신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중독이란 말이 쓰인다. 도박중독에서부터 게임중독, 쇼핑중독, 심지어는 일중독이란 말까지 있다. 요즘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그 역시 중독이라 할 수 있다. 돈이든 권력이든 종교든 오락이든 그것에 빠져들어 헤어나지를 못하면 중독인 것이다. 당연히 끊기가 어렵고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현상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금단현상은 경우에 따라서는 죽음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술이나 마약, 도박 등을 끊지 못한 채 결국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나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중독도 이젠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가 되었다. 언젠가 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게임을 못 하게 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극단적인 금단현상의 한 예가 될 것이다. 호기심이나 치기로 가볍게 시작한 것일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집착을 하게 된 경우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마는 것이 만성중독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중독이 성실이나 열정과 잘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나 신념 따위에 중독이 된 경우가 그렇다.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대단한 성실과 의지로 인식되어서 존경받을 만한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상당한 재물이나 권력, 명예 등을 성취하고 외관상 성공적으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때문에 정서가 고갈되고 인성이 피폐해지는 등 다른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의지가 꺾이고 성취의 길이 막혔을 때 극심한 금단현상을 겪게 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독이냐 아니냐는 집착의 정도로 알 수가 있다. 언제든지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 수 있으면 물론 중독이 아니다. 가진 것을 잃거나 좌절했을 때 그 충격과 혼란에서 헤어날 수가 없으면 중독을 의심해도 좋을 것이다. 담배를 즐기면서도 무병장수 하는 사람에겐 니코틴중독이 별 문제가 없듯이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집착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죽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흡연욕구를 참아야 하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담배에 맛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겪을 필요가 없는 괴로움이다. 사람이 겪게 되는 괴로움이 대부분 그렇다. 애초에 탐욕하고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아도 되는 괴로움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도 마약 못지않은 중독성이 있어서 그것에 연연하고 집착할수록 붙잡기 위해 노심초사하게 되고, 욕망이 좌절되거나 얻은 것을 잃었을 때 견딜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아무런 욕망도 의지도 없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꿈과 열정과 노력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하고 무기력할 뿐이다. 다만 무엇에건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과도하게 욕심내어서 중독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욕망에는 반드시 절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금단현상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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