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디어 마이 프렌즈` 안방 매료<BR>노희경 작가·베테랑 배우 시너지
“요즘 누가 꼰대들 이야기를 돈 내고 읽어. 지들 부모 얘기도 관심 없어.”
`37세 청춘` 박완(고현정 분)이 엄마(고두심)에게 내지른 독설이다.
그런데 웬걸, 시청률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 13일 1회 5.1%, 14일 2회 4.3%다.
심지어 케이블 방송을 보려면 얼마간 돈을 따로 내야 한다. 극장에 가거나 책을 사서가 아니라 `저렴한` 방송으로 봤다 쳐도 `꼰대들 이야기`를 많이들 본 것이다.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쟁쟁한 노년 배우들을 앞세워 요란하게 신고식을 했다.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tvN 월화극 `또 오해영`이 4회에서야 4.2%를 기록하며 4%를 넘긴 것과 비교해보면 노인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심지어 펄펄 뛴다. 관절이 아프거나 숨이 차서 그냥 앉은 채 “내가 옛날에는 말이지~”라며 하품 나는 레퍼토리를 읊조리는 게 아니라, 2016년 오늘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극중에서도 63세부터 86세까지 치매가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고, 실제로도 65세부터 80세까지 골다공증이 심각할 나이의 배우들이 전면에 포진해있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요강 그릇을 깨뜨릴 정도다.
◇ 그들이 사는 역동적인 세상… `꼰대`의 인생찬가
`남의 말 안 듣고 자기가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아는 양 굴며, 입만 열면 구닥다리 잔소리를 해대는 늙은이 혹은 기성세대`. 이 정도가 속어인 `꼰대`의 뜻이 아닐까 싶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아예 이 단어를 내세우고 적극 활용해 `꼰대`라면 치를 떠는 청춘들과 그 `꼰대`들의 발랄한 우정과 유쾌한 인생찬가를 그린다.
신구(80),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이 주연이다. 이들을 수발하는 막내는 `천하의` 고현정으로 `불과` 45세다.
60~70대가 주축이지만 드라마는 역동적이다. 귀도 안 들리고, 주의도 산만하며, 치매도 오고, “밑이 헐거워” 아무 데서나 빨리 용변을 봐야 하는 노인들의 이야기지만 이들이 사는 세상은 청춘 못지않게 부산하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데는, `내가 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의 말이 세계 3대 거짓말이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남편이 배신하고, 자식이 무시하고, 삶의 무게에 무릎이 꺾이는 비루한 인생이라도 삼시 세끼 배가 고프고 술이 고프면 인간은 내일을 기다리게 된다.
◇ 그래, 바로 이맛이야…섬세하고 치열하며 따뜻한 노희경의 글
창작의 샘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노희경 작가가 2013년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그 겨울 바람이 분다`) 하자 충격과 실망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최고의 캐스팅을 이어가고 여전한 `글발`로 나날이 이름값은 더해졌지만, 일각에서는 노희경 작가의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우리가 알던 노희경의 귀환을 알리는 작품 같아 더욱 반갑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를 외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시골 초등학교 동문이라는 질기고 진한 인연을 맺은 이들 노인이 여전히 함께 어울려 오늘을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그린 `디어 마이 프렌즈`는 치열하게 살아있고, 섬세하고, 따뜻하다.
`내가 사는 이유`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바보 같은 사랑` `화려한 시절` `고독` `꽃보다 아름다워` 등 열광적이고 깊은 반응을 끌어냈던 노희경 작가 초창기 작품이 2016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한동안 내로라하는 청춘스타들과 작업했던 노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황혼 찬가를 오래전부터 구상했지만 어른들 이야기는 하지 않는 시대, 젊은 한류스타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오면서 그 바뀐 판도에 따라가느라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드라마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젊은) 우리가 치열하게 산다고 하는 건 치열한 것도 아니다. (노년은) 생로병사 중 로병사를 경험하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시기다. 죽거나, 아프거나, 아니면 의지가 꺾이는 시기”라며 “그 치열함만으로도 이야기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