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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눈물

등록일 2016-04-28 02:01 게재일 2016-04-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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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한국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꼽으라면 어떤 선수를 꼽을 수 있을까?

아마도 모두 생각이 다를 것이다. 마라톤의 손기정·황영조,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체조 양학선, 골프 박세리, 축구 차범근…. 여러 선수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수들이 모두 훌륭하고 위대하지만 필자는 한국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수영의 박태환 선수를 주저없이 꼽고 싶다.

실제로 수영은 오랫동안 서구인들의 독무대였고 한국은 입상권에 한 번 들기 힘들정도로 고전해 왔던 종목이다. 연습환경이 서구에 비해 매우 열악하고 신체구조상 수영은 도저히 유럽이나 미국에 이기기 힘든 종목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선수 박태환이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도핑 적발 선수는 국제연맹의 해당 징계가 끝나도 3년 동안 국가대표팀에서 배제한다`는 선발 규정을 들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자격을 박탈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 검사에서 금지약물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이를 근거로 2016년 3월까지의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국내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은 2019년 3월까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박태환의 스승` 노민상 전 수영 국가대표 감독은 박태환을 용서해 달라고 연맹에 호소하고 있다. 박태환은 이미 국제연맹의 징계를 받았고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는 입장이다. 노 감독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리우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좌절됐음에도 불구하고 18개월간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박태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박태환이 대한민국 수영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춘 유일한 선수라고 강조하면서 올림픽 출전의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다.

선수 한 명 때문에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는 수영연맹의 입장과 이중처벌은 과하다는 비판적 입장은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금 열리고 있는 전국 규모의 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은 여러 종목에서 연일 1위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기록도 모두 올림픽 자격을 넘는 기록이라고 한다.

선수가 이런 장기징계를 받으면 은퇴하는 것이 보통인데 박태환은 지난 18개월 좌절 속에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걸 과시하는 듯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박태환이 이미 공식 징계를 받고도 로컬 규정 때문에 이중 처벌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이중 징계와 관련된 항소가 들어올 경우 대부분 선수의 편을 들어줬다. 그러나 박태환 측은 CAS에 제소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수영연맹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박태환 측은 로컬 규정에 막혀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박태환의 상황이 러시아로 국적을 바꿔 러시아 대표로 나간 `제2의 안현수` 사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안현수 선수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렇게 했겠나”라면서도 “그런 생각은 추호도 안했다. 그렇게 할 의향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개인 선수 때문에 규정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규정이 이중처벌의 경우라면 충분히 규정의 개정을 고려해 볼만하다. 그리고 그 선수의 행동이 고의적이 아닌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 충분한 아량을 보여 주어야 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공헌할 시간이 많은 선수가 자성과 반성을 하고 있다면 기회를 다시 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국제징계를 국내징계와 동일시 한 후 올림픽에 출전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영연맹은 선수의 실수이고, 도핑징계 종료 후에도 국가대표 발탁을 금지하는 것은 `이중징계`라는 점을 신중히 고려하여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열어주었으면 한다. 실수는 용서 될 수 있어야 한다. 박태환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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