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김 전 지사의 낙선을 놀라워 하며, 기존 기득권과 지역패권에 대한 심판에서 희생양이 됐다며 아쉬워 했다. 문제는 심판을 당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소위 기득권과 패권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온 `청백리의 표상`으로 일컬어지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총선패배 후 당 안팎에서 이런저런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중에서도 1년 전인 지난해 4월에 당론으로 확정된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의 여러 개혁안들이 절반만 지켜졌어도 이번 새누리당의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김 전 지사는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의 중임을 맡아 당과 정치 개혁 방안들을 내놓았지만 현역과 당협위원장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당 지도부 주연의 공천 파동, 그리고 김무성 전 대표의 이른바 `옥새들고 나르샤`등 연이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패착 탓에 기존 지지층에서조차 신뢰를 잃었고,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하는 대참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물론 공천파동의 문제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후보의 역량과 기타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김문수 후보의 패배를 가져왔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거 패배에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문수 전 지사가 20대 총선에 대구 수성갑 출마를 결행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TK지역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TK의원들이 대구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지역에서의 출마를 적극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행한 총선에서 비록 낙선이란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야당에 비해 인재풀이 부족한 여권의 대권 후보로 여전히 매력이 있는 카드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고향인 대구에서 김문수 전 지사를 키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옥새파동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김무성 전 대표, 종로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 시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 여권내 잠룡들도 커다란 내상을 입은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김 전 지사는 국보위 전력이나 뇌물 수수 등의 문제가 있다든지 안보관에 우려가 있다든지 하는 문제는 없으므로 수권능력이 의심이 가는 야권의 유력 후보보다는 훨씬 안정감있는 후보라는 데 강점이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10년간 TK출신들이 권력을 잡았지만 김문수 전 지사는 여전히 경기지사의 이미지가 강해 TK출신 논란에서도 다소 비껴갈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무엇보다도 저성장 저효율 저출산의 3저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20년간 실패를 모르고 성공가도를 달려왔던 김문수 전 지사가 이번 총선 패배를 대선 승리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으려면 김 전 지사 본인이 다시금 신발끈을 묶는 자세가 필요하고, 여기에 호응하는 지역민의 민심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김 전 지사 본인 역시 낮은 자세로 뜨겁게 대구 경제를 살리겠다고 이야기했고, 당락에 관계없이 수성갑을 떠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런 약속이 지켜지고 김 전 지사의 진정성이 대구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면 대구에서 전폭적으로 김 전 지사를 지지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총선에서 패배했어도 김문수 전 지사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기존 기득권을 대신해 보수 개혁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하기에 다시 한 번 환골탈태를 위한 개혁의 첨병이 되어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