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평화 콘서트… 3천여명 환호<BR>사상 첫 올림픽 출전 응원위해 찾아
“저는 이곳에 원조(Aid)하러 온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친구로서 우정과 사랑을 나누러 왔습니다. 남수단, 사랑합니다!”
9일(현지시간) 남수단 주바 농구경기장 관객을 채운 3천여명의 관객은 가수 김장훈의 인사에 열렬히 환호했다.
김장훈의 `난 남자다` `내 사랑 내 곁에`가 울려 퍼지자 젊은이는 물론 아이들까지 처음 듣는 노래에 온몸을 실었다. 김장훈이 현지 뮤지션 오루파프와 함께 `아리랑`을 열창하자 분위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장훈 특유의 신나는 춤사위와 관객 코앞으로 달려가는 돌발 무대 매너가 흥을돋웠다.
콘서트가 절정에 이른 것은 김장훈이 남수단 최고 인기 가수 이매뉴얼 켐벨과 함께 현지 노래를 열창했을 때다. 김장훈이 `남수단의 조용필`이라는 켐벨의 인기곡을 완벽히 소화해내자 관중들은 남수단 국기를 흔들며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콘서트장을 찾은 모니카 아모르는 “김장훈이 남수단에 와줘서 매우 기쁘다. 정말 놀라운 가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현지 및 외신 언론 인터뷰, 사인, 사진찍기 요청을받았다.
김장훈은 “원래 완벽하다는 표현을 잘 안 하는데 오늘은 모든 게 완벽했다. 음악은 역시 만국 공용어”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공연을 위해 특별히 제작해 입은 한복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김장훈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 콘서트를 연 것은 남수단의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오랜 내전 끝에 2011년 독립한 남수단은 2년 만에 다시 내전을 치르는 아픔을 겪었다. 이 신생국은 지난해 8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해 올림픽 참가 자격을 얻었다.
사실 올림픽 출전과 이를 축하하는 평화콘서트는 남수단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이아주 오래전부터 똘똘 뭉쳐 만들어 낸 작품이다. 2년 전 아프리카 돕기 방송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경험이 있는 임흥세 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과 김장훈이 의기투합하고 여기에 김기춘 남수단 한인회장이 가세해 결실을 보게 됐다.
김장훈은 `문화와 스포츠로 남수단에 희망을 주고 싶다`는 임 감독의 뜻에 공감해 남수단올림픽조직위원회 홍보대사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남수단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 감독은 축구, 농구, 핸드볼, 배구, 탁구, 육상, 태권도, 유도, 권투 등 9개 종목 지역 협회를 설립하고 서류를 꾸미는 등 남수단이 IOC 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필요한 절차 대부분을 떠맡았다.
임 감독은 “실의에 빠진 남수단 청년들에게 `당신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문화와 스포츠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프리카 전 지역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에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면서 “각 협회 정관 제정부터 부대 비용 마련, 남수단 정부와의 협력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임 감독은 콘서트가 아무 사고 없이 성황리에 마치자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임 감독은 오는 18일 9개 종목의 감독과 코치 18명을 이끌고 한 달 동안 한국을방문, 선진 훈련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남수단에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을 훈련할 전문 인력이 없어 쩔쩔매던 차 서울시체육회의 도움을 받게 됐다. 부대 비용은 김장훈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마련했다.
두 사람의 아프리카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임 감독은 “다른 나라 아프리카 나라에 축구 학교를 설립하고 싶다”며 “김장훈 씨와도 지속해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장훈도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며 “아프리카 피스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콘서트를 하고 한국에서도 아프리카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장훈은 오는 11일 한빛부대를 방문해 공연을 한 뒤 14일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