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과학자 정치인

등록일 2016-03-31 02:01 게재일 2016-03-31 18면
스크랩버튼
▲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이번 총선은 여러가지 면에서 화제를 낳고 있지만 과학자들에겐 상당히 특별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대국의 영향 탓인지 과학자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할 전망이다. 특히 여야 3당의 비례대표 1번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사실은 유례없는 일이고 아주 특이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필자와 고교 시절부터 절친했던 과학자인 한 친구도 당선이 보장된 비례대표를 받아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친구는 고교시절 공부 잘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리며 대입예비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하였던 수재인데, 과학자의 길을 걸으며 한국 과학계에 큰 공헌을 하던 중 갑자기 이번에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또한 포스텍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 여성 졸업생도 이번에 확실한 비례대표번호를 받아 국회에 입성할 전망이다. 사실 과학자가 정치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잘 수행한 경우가 우리 국회에서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여성 과학자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교수로 있다가 국회에 들어간 후 과학계의 발전을 위해 매우 애써왔으며 현재도 국책연구원 원장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 창의적 인재 양성의 중요성, 글로벌 이슈의 심각성에 대한 꾸준한 소신은 과학자로서의 남다른 경험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또한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한 과학자 의원은 미국에서 공학박사를 받은후 귀국하여 3선의 관록을 가진 국회의원으로 미국의 재미과학기술자협회와 한국의 과학계를 연결하면서 다양한 과학진흥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은 정말 많이 변했다. 100달러가 안 되는 국민소득이었던 한국이 세계에서 9번째 무역 1조 달러 국가로 성장했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 전자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과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규모의 획기적인 양적 질적 성장은 과학과 무역의 두개의 축에 의해 가능했고 특히 최근 한국 과학계의 약진은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왔다.

그러나 반면, 과학발전과 연계한 산업 발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와 글로벌 이슈들이 산적되어 있어 과학자들의 정책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과학자가 이제 연구실만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과학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과학적 합리성을 몸에 익힌 과학자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과학자의 정치 참여는 때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과학적 전문성이 필요한 연구개발 투자 등에 대해 문외한이고 이를 보충해 줄 수 있는 것이 과학자 정치인일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원칙과 제도의 핵심을 몸으로 경험한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또한 과학자 정치인은 꼭 과학과 산업의 진흥 부문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분야에서도 국회 내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과학자가 갖는 합리적, 분석적이고 계량적인 사고가 과학이 아닌 곳에서도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국회에서 심의하는 예산의 상당부분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상황에서 과학적 상식과 합리적 사고 능력을 갖춘 과학기술 전문가가 국회에 가야 한다”며 그동안 여야 정당에 후보를 추천해 왔다.

과학기술계는 정치권이 선거철마다 과학기술을 들러리로만 내세우고 막상 선거가 끝나면 과학기술계를 홀대한다고도 주장한다. 아마도 그러한 문제는 과학자 정치인이 직접 정치나 행정에 참여함으로써,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국회로 진출할 필자의 친구와 고교시절 영어회화 클럽을 함께 하였다. 매달 미팅이 끝나면 부르는 클럽송은 `홍하의 골짜기(Red River Valley)`였다. 그 노래의 끝에는“홍하의 골짜기와 당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카우보이를 잊지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정치로 진출하는 과학자 친구에게 말하고 싶다.

“그토록 당신이 사랑했고 그토록 당신을 사랑하는 과학계를 잊지 말라”고.

그에게 그가 가진 합리적이고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서의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