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KBS `아이가 다섯`서 열연<BR> 방송 10회만에 30% 대 시청률
“에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제 한달 됐는데….”
거짓말. 여기 또 한명의 `딸바보` 출현이다. `아내 바보`이기도 하다. 애써 아닌 척 하지만 딸 얘기를 하면 비실비실 미소가 입가를 비집고 나온다.
연기는 `흉내내기`라지만 지난달 아빠가 된 안재욱(45)은 이전의 그와 다를 수밖에 없고, 자연히 그의 `아빠` 연기는 `진짜`가 됐다.
`아빠` 안재욱이 이끄는 KBS 2TV 주말극 `아이가 다섯`이 방송 10회 만에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면서 자연인으로서 많은 게 바뀐 안재욱은 `아이가 다섯`의 상처한 싱글대디 상태를 맞춤옷으로 소화하며 유연하게 극의 중심을 잡는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아이가 다섯`을 촬영하던 안재욱을 만났다.
◇ “경쾌하고 발랄한 이야기…정현정 작가 믿고 출연”
`아이가 다섯`은 사별하고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 대디 상태와 남편이 바람나서 이혼한 후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미정(소유진 분)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안재욱은 “정현정 작가만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역할보다도 대본을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주말극으로 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작가를 믿고 시작했고 역시나 그러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배우로서 작가가 자기 인물 잘 그려줘서 고맙다고 할 때가 가장 기분 좋은데, 정 작가가 얼마전 내게 그런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아이가 다섯`은 전통적인 KBS 2TV 주말극보다 트렌디하고 경쾌해서 출발 전 KBS 내부에서 걱정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뚜껑을 열자 드라마는 첫회부터 20%를 넘어서더니 전작인 `부탁해요 엄마`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 또 밝고 유쾌한 데다 스피디하기까지 해서 젊은층까지 끌어들였다. 광고는 첫회부터 완판에 광고총량제 적용으로 10~20% 더 판매되고 있다.
“자칫 처질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밝게 그려서 좋아요. 아프지만 아프지 않게 그리는 점이 장점이죠. 또 전개가 너무 빨라서 내가 깜짝깜짝 놀랄 정도예요. 주말극이 이렇게 빨라도 되나 싶을 정도인데 주변 20대들이 재미있다고, 빨라도 다 이해가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우리 드라마를 젊은층도 많이 보고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상태는 두 아이는 물론, 본가와 처가, 동생들 사이에 끼어 많은 짐을 어깨에 지고 있다. 그러나 늘 젠틀하고 부드러우며 많은 상황을 인내한다.
“솔직히 제 성격으로는 상태가 너무 얌전해서 좀 답답하긴 해요.(웃음) 하지만 이혼한 것도 아니고 사별한 사연을 안고 있는데 너무 밝게 나와도 안될 것 같아서 초반에는 좀더 캐릭터를 눌러줬어요. 수많은 책임감을 안고 사는 이의 속마음이 오죽하겠어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 있죠. 상태는 그 모든 것을 묵묵히 견디며 가족들을 배려하고 인내하고 참으며 살아요. 다행히 이런 상태의 모습을 젊은층이 싫어하는 게 아니라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 `별은 내 가슴에`의 청춘스타, 아빠가 되다
19년 전 그는 원조 한류스타였다. 당시 `별은 내 가슴에`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중국 대륙으로도 넘어갔다. 안재욱은 중국에서 대형 콘서트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지금의 송중기 부럽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넘치는 끼와 재능으로 청춘스타로서 정점을 찍었던 그는 자존감이 강하고 `청개구리 기질`도 다분한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런데 그 천하의 안재욱이 지금 사랑하는 두 여자로 인해 `꼼짝마라` 신세가 됐다.
지난해 6월 마흔넷에 드디어 짝을 만나더니 지난달에는 아빠가 된 그는 “결혼을 하니까 내가 없어졌다”며 웃었다.
“지난 1년 나에 대한 투자는 트레이닝복 한두 벌 산 거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만 알고 살다가 결혼하니까 나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고 뭐 하나를 봐도 와이프 사주고 싶고 아기 사주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술 마실 시간도 없고요. 또 예전에는 술값 계산을 제가 당연히 다 하고 다녔는데 요즘은 `내가 이 돈으로 와이프 뭐 사다주면 점수를 딸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웃음) 사실 결혼하면 아내가 차려주는 밥 먹고 다닐 줄 알았는데 신혼도 없이 바로 아기가 생기니까 내가 얻어먹기는커녕 요즘 두 사람 밥상을 차립니다.(웃음)”
안재욱의 오랜 팬들은 `오빠` 안재욱이 현실은 물론이고, 드라마에서도 이제 `아빠`가 된 것에서 세월을 느끼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내가 만약 싱글이었다면 애 딸린 홀아비 역을 고민했겠지만 마침 자연스럽게 결혼도 했고 방송을 앞두고 아빠도 됐다”며 “현실에서의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역할과 매치가 돼서인지 상태를 연기하는 내 모습이 굉장히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그런 안재욱에 대해 정현정 작가는 “연기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멋지다”고 말했다.
안재욱은 딸 수현이를 `복덩이`라고 했다. 수현이는 `아이가 다섯` 첫방송 나흘전 태어났다. 제작진도 안재욱이 득녀한 것이 `아이가 다섯`에 길조가 됐다고 말한다.
“내 동생이 39세라, 수현이는 우리 집안에서 40년 만에 등장한 아기예요. 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는 말할 것도 없고 수현이 덕에 가족이 더욱 돈독해지는 것을 느껴요. 또 `아이가 다섯` 제작발표회 전날 태어나 준 것도 너무 고맙고요. 혹시라도 제작발표회 때문에 출산을 못 볼까봐 걱정했거든요.(웃음) 요즘 밤에 잠도 잘 자고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