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아에무아` 박인희 35년만의 컴백<BR> 내달 30일 공연… 가을께 새 앨범도
1970년대 혼성듀엣 `뚜아에무아` 출신인 1세대 여성 포크 가수 박인희(71)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통기타 반주에 맞춰 `그리운 사람끼리`를 부르는 그의 음색은 여전히 청아하고 창법은 단정했다. 40여 년 전 민낯에 청바지를 입고 노래하던 그는 이날 옅은 화장은 했지만 평소 입던 옷을 입은 채 수수한 차림 그대로였다.
진행자는 그를 `1970년대에 지금의 아이유만큼 인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살아가면서 정말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을 못했어요. 잠깐 노래를 했고 제가 좋아하는 방송을 하다가 떠났는데 많은 분이 기다려주시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얘기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컴백 공연을 갖는 박인희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내가 낯설다”며 차분한 어조로 소감을 밝혔다.
박인희는 오는 4월 30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을 시작으로 5월 8일 일산, 15일 수원, 22일 대전 등지에서 `박인희 컴백 콘서트-그리운 사람끼리`를 개최한다.
하반기까지 전국투어로 진행될 이번 공연은 그가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간 지 35년 만에 여는 컴백 콘서트이다. 또 그가 1970년대에도 개인 공연을 연 적이 없어 사실상 데뷔 이후 첫 단독 공연이기도 하다.
1981년 미국으로 홀연히 떠난 그는 “젊을 때도 자의로 그만뒀고 이 시간이 오기까지 미련이 없었다”며 “지인들과 매스컴이 미국으로 찾아와 권유해도 전혀 생각이 없었다. 사실 그전까지 친척이나 지인들에게도 내 연락처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한때 그가 세상을 떠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는 떠난 이유를 묻자 자신이 1987년 3월 발간한 책의 한 구절을 읽으며 그때의 심정을 대신했다.
`노래로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삶이었다. 절정의 순간에 타성이 기운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강요받는다.(중략) 추측으로 도마 위에 난자당하는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유명인 뒤에는 내면의 붕괴가 컸다.`
타성에 젖으면서 자신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미국으로 간 후 노래를 죽 안 했다”며 “방송은 1980~1998년 KBS 부름을 받아 DJ로 활동했는데 노래는 35년 만에 처음”이라고 미소지었다.
그의 마음을 돌린 건 팬들이었다.
그는 10여 년 전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만난 팬이 자신의 LP와 CD를 소중히 간직한 모습을 보고 변치않는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또 그즈음 한국에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카페가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그는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다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20대 때와는 다른 삶의 궤적을 따라 연륜에 맞는 곡들이 만들어졌고 60여 곡이 모였다.
그러나 다시 주저하면서 10여 년이 흘렀고 쎄시봉 공연기획사 측이 지난해 미국으로 찾아와 공연 제안을 한 것이 결국 컴백으로 이어졌다.
숙명여자대학교 불문과 출신인 박인희는 지금 세대에겐 잊힌 이름이지만 1969년 이필원과 국내 최초의 혼성듀엣인 `뚜아에무아`로 데뷔해 `약속`, `세월이 가면` 등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1972년 결혼 후 솔로로 전향해 1974~76년 6개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모닥불`, `그리운 사람끼리`, `끝이 없는 길`, `봄이 오는 길` 등의 대표곡을 냈다. `방랑자`, `썸머와인`, `스카보로의 추억` 등 번안곡을 내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히트곡을 직접 작사·작곡했고, 시집 2권과 수필집 등을 발표해 `노래하는 시인`으로 불렸다. 국내 최초로 `목마와 숙녀`, `얼굴` 등의 시낭송 음반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이번 컴백 공연은 제목처럼 지난 35년간 `서로 그리워한 사람들의 만남`이란 테마로 구성된다.
그 만남 중 하나가 쎄시봉 출신 송창식과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것이다.
그는 “같은 세대 활약한 분과 함께하고 싶었다”며 “송창식 씨는 나와 음악성이 어긋나지 않으며 매스컴에 자주 나서지 않고 활동하는 외고집도 일맥상통해 끼리끼리 만나는 게 어떻겠나 싶었다”라고 웃었다.
박인희는 올봄 공연을 한 뒤 가을께 새 앨범을 계획 중이다.
그는 “새 노래는 가을쯤 예상하고 있다”며 “만들어둔 60여 곡 중 추려놓은 곡이 20~30곡인데 곡의 흐름에 따라 내가 부르거나 그 곡에 어울리는 다른 가수를 찾아 취입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가수보다 싱어송라이터처럼 더 넓은 의미에서 음악 하며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내 꿈은 방송과 공연을 같이하는 것”이라며 “방송인 박인희로 생활하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삶도 병행하고 싶다. 올해와 내년까지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