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요구에 고기·술 제공하자 벌금 40만원<BR>농민 “소득작목 시설비 지원 후 이제와서…”<BR>북구청도 상인 민원에 단속 나섰지만 난감
속보=최근 구미시의 미나리 재배 농가 식당들의 불법 영업 단속에 대해 업주들이 시름을 호소<본지 8일자 5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포항시 북구청도 단속에 나서자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8일 오전 포항시 북구의 한 미나리 재배 및 삼겹살 식당 농가에서 만난 박중근(60)씨는 최근 경기침체로 농가의 형편도 어려운 가운데 “포항시가 이중적인 행태로 농민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박씨에 따르면 최근 미나리를 사러 온 손님들이 요구해 고기와 주류 등을 제공했는데 이러한 영업이 불법이라며 구청에서 지난 7일 찾아와 4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것.
박씨는 “청도와 같은 대규모 재배지가 아니라 소규모로 미나리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은 포항은 손님들이 찾아와 술과 고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며 “5년 전 소득작목으로 시에서 시설 마련 비용 등을 보조해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술과 고기를 판다고 벌금을 매기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물론 식당 영업이 불법인 것은 알지만, 단속이 해결책은 아니고 매년 반복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와 북구청 담당부서에서는 농민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인근 상가의 민원 제기와 법적 허용범위의 한계성 때문에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미나리 농가에 대한 직접적인 단속권한을 가지고 있는 구청의 경우, 본지가 보도했던 영천시의 임시 영업허가증 발부에 대해 청도·구미·경주·영천 인근 4개 시군과 방법을 논의해 봤지만 법적인 문제로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적용은 힘들다고 밝혔다.
영천시의 경우 타 상가가 없는 보현산 인근 미나리농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임시 영업허가증을 발부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관련법 등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 대부분의 타 지자체는 인근 상가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
포항시 북구청 관계자는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아무리 법을 검토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단속도 인근 상가에서 계속 민원을 제기해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포항시 농업기술센터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포항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도 고려할 점이 많지만, 정상적으로 사업자등록을 내고 냉동포장육을 판매하는 등의 방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두 달 장사로 먹고 사는 소규모 미나리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농가를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