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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실서 `19금영화`…선생님의 치명적 부주의

등록일 2016-02-15 02:01 게재일 2016-0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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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틀어준 일이 뒤늦게 알려져 경악을 사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대구 모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담임인 A교사가 3시간짜리 시청각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에게 휴식시간을 주며 영화 `살인마`를 틀어주고는 자리를 비웠다. 연쇄살인에 관한 이 영화가 시작부터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나오자 학생들이 기겁해 영화를 껐고 충격 받은 학생들이 학부모에게 이를 알렸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A교사를 수업 등에서 배제하고 자체 상담사를 활용해 해당 학급 학생들에게 상담치료를 했지만 교육청에 따로 보고하진 않았다. 당시 A교사는 한 학생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들어있던 영화를 틀어주고는 교사회의를 하러 교실을 비웠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시교육청은 자세한 경위를 파악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5년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는 전체관람가·12세이상 관람가·15세이상 관람가·청소년관람불가·제한상영가(제한관람가)의 5개 등급으로 구분해 제한하고 있다. 구분의 주요기준은 주제와 선정성·폭력성·대사·공포·약물·모방위험 등 7가지 요소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를 포함해 만 18세 미만의 자가 관람할 수 없는 청소년관람불가 결정은 등급분류 기준이 되는 7가지 고려요소가 구체적·직접적·노골적으로 표현된 작품의 경우 내려진다.

오늘날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해지는 유해환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기관의 제한과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해 영상물은 청소년들에게 무한정 공개돼 있는 형편이다. 잔인무도한 폭력과 온갖 음란이 난무하는 영상·출판물들이 범람하는 현실 속에서 일부 청소년들은 괴물처럼 자라나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장래희망을 `조직폭력배`라고 적고, 살인을 전자오락 쯤으로 여기는 아이들까지 생겨나면서 한때 세상을 시끄럽게 하던 군대폭력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감수성이 한껏 예민해지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흡수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흉악범죄를 비롯해 오늘날 시시때때 노정되고 있는 대다수의 사회문제가 다양한 이유로 청소년기를 바람직하게 보내지 못한 인성의 문제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이번 대구 초등학교 교사의 치명적인 부주의는 유해환경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있는 청소년 성장환경 오염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성장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은 학교에만 맡겨서 해결될 일의 차원을 넘었다.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환경을 꼼꼼히 살펴보고 빈틈없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자는 아이도 다시 보자`는 말은 이제 우스개 패러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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