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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의 `노인`?

등록일 2016-02-11 02:01 게재일 2016-02-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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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설날 연휴기간 서울을 찾았다가 우연히 종로에 있는 실버극장에 들르게 됐다. 2천원에 60~70년대 명화들을 관람하는 극장인데 마침 좋은 영화를 상영하고 있어서 티켓을 구입하고 들어가 보았다.

관객은 대부분 60대 이상 어르신네들이 많았지만 뜨문 뜨문 50대이하 젊은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티켓에는 `노인 할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더구나 그것도 55세 이상 노인 할인이라는 단어였다.

문득 `노인`? 하면서 고개가 갸우뚱 해졌다. 거기에는 유쾌하지 않은 두 개의 느낌이 있었다.

그 하나의 느낌은 왜 55세가 노인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우선 100세 시대에는 기존의 청년, 장년, 중년, 노년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1900년대 초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50세가 안됐기에 60세의 환갑잔치가 생겼고 60세가 넘으면 노인이라고 부르는데 큰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평균 수명 80세, 그리고 평균 수명 100세가 다가오는 시대에 있어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적용 하는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신문을 보면 “노인들 겨울건강 주의보” “노인 교통사고 급증” 등 기사제목을 보면서 몇살을 기준으로 노인이라고 하는지 아리송 할 때가 많다.

또 하나의 다른 느낌은 과연 `노인`이라는 단어를 꼭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자신이 노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나이가 되면 노인이라는 단어가 별로 유쾌하지 않은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어권 국가의 예를 보면 노년이란 단어에 해당하는 Old Man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시니어 시민(Senior Citizen)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시니어란 번역한다면 `선배`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극장 같은 공공 공연 장소에서 할인을 하는 경우 시니어 디스카운트(Senior Discount)란 단어를 사용한다.

일본이나 중국도 장인(성장한 사람) 또는 존인(존경 받는 사람)이란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노인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고인(고령의 사람)이란 단어가 사용 되긴 하여도 노인이란 단어는 이들에겐 정식의 단어는 아니다.

나이에 대해 우리가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나이가 들면 마땅히 다 병이 생기고 쇠약하게 되며 외모가 나빠진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노안, 노망, 노환이라는 질병 용어가 생겼고 노쇠하고 노약하다는 표현도 종종 사용된다.

물론 나이가 들면 더 잘 생기는 병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그 연령대에 더 흔하다는 것뿐이지 그 나이가 되면 다 걸린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에는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흔했던 병인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의 발병연령도 연령과 무관해 지고 있고,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종종 발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소위 노년 병에 걸리는 반면, 나이가 들어도 노환은커녕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과 정열을 뽐내는 나이 든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그들은 젊은이들 못지 않은 체력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얼마전 `인턴`이라는 외화가 상영됐다. 70세 가까운 나이의 시니어가 30대의 젊은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인데,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젊은 사람 밑에서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오히려 내가 그 젊은 사람보다도 더 젊다는 선언이 되는 것이기도 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노인`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말자. `시니어`라는 말도 좋고 `선배님` `선생님이란 좋은 단어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제 노인이란 단어는 묻었으면 한다.

이제 100세 시대에 우린 살고 있고 시니어들의 활약도 사회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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