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억울한 죽음이 일어났다.
지난 1일 청주의 한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에 정차한 태권도 도장 통학차량 조수석에서 내린 8살 어린이가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고를 당한 어린이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고 운전자는 경찰에서 “차량 앞에 아이가 있는 지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사고당시 이 차량에는 동승한 보호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즉 `세림이법`을 위반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2013년 3월 같은 충북 청주시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 이후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안이 세림이법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어린이나 유아를 태울 때는 승·하차를 돕는 성인 보호자 탑승을 의무화하고, 보호자의 안전 확인 의무가 담겨 있다.
동승한 보호자는 아이들이 승차 또는 하차할 때 자동차에서 내려서 이들이 안전하게 승하차 하는 것을 확인하고 운행 중에는 좌석에 앉아 좌석안전띠를 매고 있도록 하는 등 어린이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이번 사고 차량에는 동승한 보호자가 없었고 운전자 역시 어린이의 하차 확인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세 학원들이 보호자를 태울 여력이 없어 이 법안의 유예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유예는 결국 세림이법 위반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림이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통학버스의 일단 정지시의 주변 상황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51조에 따르면 통학버스가 도로에 정차해 어린이·영유아가 타고 내릴 때 해당 차로와 바로 옆 차로로 운행하는 차량은 일단 정지해 안전을 확인한 뒤 서행해야 한다. 또 중앙선이 설치되지 않은 도로와 편도 1차로에서는 물론, 반대편에서 운행 중인 차량도 일단 정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지켜지지도 않고 있고 또 훨씬 강하게 보완돼야 한다.
필자가 미국 유학 중 목격한 가장 충격적인 교통질서는 통학버스가 학생의 등하차를 위해 길에 정지하고 있을 때였다.
통학버스는 운전자 옆에 있는 일단정지 팻말을 백밀러처럼 펼수가 있는데 이걸 펴는 경우 뒤에서 오는 차량이 이 통학버스 뒤에 반드시 정지해 기다려야 하고 추월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도 반드시 서게 되어 있다. 따라서 통학차량이 학생을 내리거나 태울때는 양쪽방향의 모든 차량이 반드시 서서 기다리게 되어 있다.
한국에서 통학차량을 보아온 필자로서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학생들이 모두 내리고 타고 안전을 확인한 후 통학버스는 출발하고 그리고 양방향 차량들도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 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수송하는 학원차량이 도로변에서 끊임없이 학생들을 승·하차시키고 있지만 어느 운전자들도 `일시정지`나 `추월 금지`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오히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추월을 하거나 경적을 울리는 등 대부분 어린이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현행법이 더 강화돼야 하지만 느슨한 현행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한국은 건널목에서 차량이 먼저 통과하는 차량우선의 관습이 남아있는 교통 후진국이다.
우선 세림이법이라도 즉각 실시돼야 한다. 세림이법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우리 어린 생명들이 더 이상 교통 후진국에서 억울하게 희생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