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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후퇴한 민주주의`를 걱정한다

등록일 2016-01-25 02:01 게재일 2016-0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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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해방 이후 우리는 괄목할만한 경제적 압축성장이라는 신화를 이룩하였다. 한국의 2015년 GDP규모는 1조4351억불로 세계 11위이다. 그러나 2013년 3월 미국 갤럽의 행복지수 조사는 우리가 143개국 중 아르메니아, 가봉, 팔레스타인과 같은 공동 118위이며 OECD 국가 34개국 중 32위로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민주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의 인권 상황은 과거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아시아에서는 군부정권을 청산하고 정당간의 정권 교체라는 경험도 갖고 있다.

이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연구기관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조사는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지표이다. 이 기관은 해마다 세계 167개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하여 순위를 발표해 왔다. 이들은 `2015 민주주의 지수`를 완전한 민주주의 20개국, 미흡한 민주주의 59개국, 혼합형 37개국, 권위주의 51개국으로 분류하였다. 전체 1위는 3년 연속 노르웨이(9.93)가 차지였고 아이슬란드(9.58), 스웨덴(9.45), 뉴질랜드(9.26), 덴마크(9.11)에 이어 영국, 미국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10점 만점에 7.97점인 22위로 지난해보다 후퇴하였다.

이 기관은 한국 민주주의를 흠결(flaw)이 많은 `미흡한 민주주의` 국가군에 포함시켰다. 주변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우려가 높았는데 그것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북한은 1.08점으로 예년과 같이 최하위에 머물러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물론 이 기관의 조사가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 조사 결과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이 자료를 통해 우리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해 그 처방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여러 학자들이 정치 발전론 교과서에서 민주주의 발전지표를 다양하게 제시한 적이 있다. 흔히 민주적 제도와 구비 정도, 인권의 보장 장치, 군부의 정치 개입 정도, 시민들의 참정권과 정권 교체의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이번 이코노미스트지의 평가 지수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 평가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지난해 부문별 점수는 10점 만점에 시민자유(8.53), 정부기능(7.86), 정치문화(7.50), 정치참여(7.22), 선거과정과 다원성(8.75)으로 평균 7.97점에 그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정치는 A학점은 없고 B 학점보다 C 학점이 많은 형편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당면과제이다.

우선 이 조사 결과에서 우리는 `정부의 기능`이 매우 낮게 나타나 있다. 결국 이 나라 정부가 `국민에 의해` 구성되었지만 `국민을 위한` 역할과 기능에 소홀했다는 증거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효능감에 대한 우리 자체의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로 인해 정부나 정치에 대한 신뢰수준은 여지없이 떨어져 있다. 결국 정부에 대한 이러한 불신이 정치 참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이 지역주의와 연고주의를 탈피하지 못한 수준 낮은 정치 문화로 연결되고 여기에 아직도 좌우의 이념 변수가 편승하여 한국의 갈등 정치는 증폭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다.

우리는 이 기관이 한국의 선거과정에서 다원성이 과거보다 훨씬 후퇴했다고 경고한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기관은 한국에 대해 “야권의 약화로 인한 언론검열 강화, 정부의 책임성 결여 등이 명백하게 나타났고 이는 민주주의의 질을 하락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야권의 분열과 대립이 정부의 책임성 결여와 언론의 위축으로 나타남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에는 아랑곳 없이 나만 금배지를 달겠다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한심한 작태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래도 4·13 총선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어야 할 텐데….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다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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