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의 예상을 뒤엎은 4차 핵실험이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번 핵실험이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핵무장 능력이 우수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오직 인민 경제발전만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지 며칠되지 않아 벌어진 사태이다. 우리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 미칠 파장을 주시하면서 그 배경부터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2013년에 이은 이번의 핵실험은 북한식 은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먼저 북한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압박에 대하여 더 이상 밀리지 않는 `맞받아치기`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당국이 금년 5월 7차 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미국에 대해 선전포고 식 강대강의 충격 요법이 긴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이 핵 강국임을 세상에 선포하여 얻는 기대 이익이 지지부진한 대미 협상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러한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대선을 앞둔 미국의 여론을 교란시키고 협상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긴장을 통해 군부의 결속력을 통해 정권의 절대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충성을 결집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돌발적인 충격요법은 결코 북한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유엔은 또 다시 총회와 안보리를 소집하여 과거보다 훨씬 강도 높은 대북 제제를 결의할 전망이다. 미국은 또 다시 의회에서 대북 제재의 범주와 강도를 훨씬 강화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중국 역시 북핵 문제 만큼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 왔지만 `비핵, 평화, 대화`라는 3원칙을 추가한 것은 석연치 않다. 유럽도 북핵에 관한 한 반대 의사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8·25 합의에 의해 풀릴 듯 하던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간 중단했던 휴전선의 대북 심리전 방송을 지난 7일 낮 12시를 기해 전면 재개하였다. 이번에는 11개의 고정식 확성기 외에 6개의 이동식 확성기를 통해 대북 선전 방송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결국 북한 당국의 이번 핵실험 강행은 북한의 대외 관계와 입지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을 간파했기 때문에 강경대응을 지속할 것이며 북미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도 과거 세차례의 대북 제재보다 강화된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킬 전망이 우세하다. 남북관계는 대북 방송으로 더욱 경색될 것이며 그것이 국지전으로 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은 이번 4차 핵실험으로 인해 국제적 고립 상황을 더욱 자초하는 꼴이 되었다. 과거 파키스탄이 국제적 핵 규약이 어수선한 시기에 핵을 보유했지만 그것이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란 역시 핵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지만 핵을 포기함으로써 국제적 신뢰도를 회복 중에 있는데 북한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늦었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핵무장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득을 얻겠다는 구태의 방식은 성공할 수 없음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북한 당국은 차제에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 대미 평화협정이 체결될 수 없음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문제는 북한과 같은 통제 체제하에서 핵 문제의 폐기를 건의할 테크노크라트가 없는 데 더욱 문제가 있다. 군부 강경세력의 충성 경쟁만이 지배하는 병영 사회에서 수령에게 이견을 내는 사람은 반혁명 분자로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3대 세습체제가 핵 정책뿐 아니라 대내외 정책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