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에서 손오공은 옥황상제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다가 들켜서 호되게 벌을 받는데, 서역으로 불법을 구하러 떠나는 현장법사가 구해주어서 동행을 하지만 원낙 변덕이 심하고 심술 궂어서 현장법사는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구리테를 원숭이 머리에 씌웠는데 녀석이 말을 안 듣고 장난을 치면 테가 조여들어서 두통을 일으킨다. 그리고 “네놈이 날아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란 정신 교육을 시켜서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했다.
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자연서식하지 않는 곳이 한반도이다. 열대지방에 사는 짐승이라, 한반도의 겨울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고, 사람들도 “인간이 되려다가 자질 미달로 떨려난 후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 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 연산군은 일본에서 원숭이를 선물로 보냈으나 “우리는 이런 경박한 짐승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돌려보냈다. 송강 정철도 권주가 `장진주사` 끝귀절에서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제 뉘우친들 무엇하리”라 해서 음산한 분위기에 등장시킨다.
`관(冠) 쓴 원숭이`란 말은 “잔재주로 백성을 속이고, 눈앞의 작은 이익만 노리면서 경박하게 굴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탐관오리”란 뜻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국가 경제가 위기상황인데, 나라 살릴 법안 심의에는 관심조차 없는 `국회 나으리`들이 올해에는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