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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冠) 쓴 원숭이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1-05 02:01 게재일 2016-0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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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나라 때 저공(狙公)이 원숭이 수백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마리 수가 자꾸 불어나고 먹이 조달이 점점 어려웠다. 도토리를 하루에 7개로 줄어서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꾀를 냈다. “너희들에게 도토리를 주는데,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래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하니 좋다고 했다. 여기서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이 생겼다. 얄팍한 잔재주로 남을 속이고 현혹 시킬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열대지방 사람들은 원숭이를 이용해서 야자열매를 딴다. 원숭이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밑에서 돌을 던진다. 원숭이는 맞서 싸운다면서 야자를 따 사람에게 던진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옥황상제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다가 들켜서 호되게 벌을 받는데, 서역으로 불법을 구하러 떠나는 현장법사가 구해주어서 동행을 하지만 원낙 변덕이 심하고 심술 궂어서 현장법사는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구리테를 원숭이 머리에 씌웠는데 녀석이 말을 안 듣고 장난을 치면 테가 조여들어서 두통을 일으킨다. 그리고 “네놈이 날아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란 정신 교육을 시켜서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했다.

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자연서식하지 않는 곳이 한반도이다. 열대지방에 사는 짐승이라, 한반도의 겨울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고, 사람들도 “인간이 되려다가 자질 미달로 떨려난 후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 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 연산군은 일본에서 원숭이를 선물로 보냈으나 “우리는 이런 경박한 짐승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돌려보냈다. 송강 정철도 권주가 `장진주사` 끝귀절에서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제 뉘우친들 무엇하리”라 해서 음산한 분위기에 등장시킨다.

`관(冠) 쓴 원숭이`란 말은 “잔재주로 백성을 속이고, 눈앞의 작은 이익만 노리면서 경박하게 굴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탐관오리”란 뜻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국가 경제가 위기상황인데, 나라 살릴 법안 심의에는 관심조차 없는 `국회 나으리`들이 올해에는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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